축구영화 회고전 열려, <미들필드의 왕> <전혀 다른 축구> 등 관심끌어영화와 축구는 공통점이 많다. 둘 다 대중적 현상이다. 그리고 영화와 축구의 역사는 19세기 말, 즉 산업화가 절정을 이뤘던 그 시절에 같이 출발했다. 아직도 프롤레타리아적 이미지를 내세우는 셀틱 글래스고나 리버풀 축구단이 아니더라도, 서푼짜리 요술 화면통으로 시작된 영화와 프롤레타리아들의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시작된 축구, 그 둘의 교집합 면적은 상당하다. 하지만 구내식당이나 술집에서 열띤 토론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만큼은 대박을 터뜨린 어떤 영화도 월드컵 경기 하나를 따라가지 못한다. 5월31일 월드컵 개막에 맞춰 베를린 영화박물관과 아르제날 극장은 공동으로 축구영화 회고전을 갖는다. 회고전에서 상영되는 작품은 총 9편. 이 9편으로 축구영화라는 서브장르의 스펙트럼을 커버하기에는 역부족이나 베를린 영화박물관이 어렵게 발굴한 주옥같은 작품들이 상영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중 하나가 프리츠 프라이슬러 감독의 1927년 무성영화 <미들필드의 왕>. 작품의 뼈대는 축구가 아니라 축구로 인한 부자간의 갈등이다. 그리고 이 갈등을 해소시키는 촉매 역시 결국 축구다. 같은 해 제작된 졸탄 코르다 감독의 역시 관객의 기대를 모으는 작품으로, 20세기 초반 독일영화계의 스타 구스타프 프뢸리히가 출연했다. 프뢸리히는 가난한 노동자 출신의 축구 천재. 돈 많은 프로축구 구단주는 돈과 미인 공세로 가난한 프뢸리히를 사들이고자 하지만, 그는 자신의 구단과 역시 가난한 약혼자에게 끝까지 지조를 지킨다. 데트마 크라머의 <뛰는 공>은 축구의 철학을 엿보게 하는 작품. 모든 것은 경기장에서 결판이 난다는 일반론을 완전히 뒤집으면셔 경기장 뒤쪽에서 벌어지는 음모와 갈등을 펼쳐낸다. 따라서 이 작품은 축구에 대한 사회·역사적 고찰이며, 사회적 현상으로서 축구를 이해하도록 한다. 알렉산더 그라마트케와 바바라 메츠라프의 <뒤나모 키에프>도 이 선상에 서 있다. 뒤나모 키에프는 1975년 슈퍼컵 경기에서 우승후보였던 뮌헨 바이에른팀을 굴복시킨 전설적인 구단이다. 터키 감독 아이순 바뎀조이가 1997년 제작한 <경기 후>는 터키 여성축구팀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영화로 바뎀조이 감독은 이슬람사회에서 억압받는 여성들이 축구를 통해 자신감을 회복하고 여권신장의 의미를 깨달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회고전에서 가장 특이한 작품은 뉴저먼 시네마의 기수이기도 했고, 2년전 암으로 사망한 헬무트 코스타르트 감독의 <전혀 다른 축구>다. 이 영화를 위한 동원된 6대의 카메라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코벤트리의 1970년 경기장에서 오로지 한명의 선수에게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설적인 아일랜드 축구선수 조지 베스트. 17살 나이로 이미 축구계 스타가 된 그는 결국 알코올로 신세를 망쳤다. 1970년 즈음 베스트의 빛나던 명성은 이미 그 빛이 바래 있었다. 뱃살이 두둑해진 모습으로 상대팀 페널티 에이리어 근방을 서성일 뿐 패스를 줘도 번번이 공을 놓친다. 그러나 살덩이 베스트가 무력함을 극복하고 골을 터뜨리는 장면에 가면 코스타르트 감독의 의도성 지루함에 지쳐 있던 관객도 짭짜름한 눈물맛을 느낀다. 새삼 확인하는 축구의 매력, 축구는 한편의 휴먼드라마다. 베를린=진화영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