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인의 연인>의 유진은 자기 연민보다는 욕망에 충실하다. 애인의 아이를 임신한 엄마가 집을 떠난 후돈을 벌기 위해 노래방 전단지를 돌리고, 손님이 남기고 간 피자를 은박지에 포장해가는 곤궁한 상황에 서도 이성과의 성애적 욕구에 눈을 뜬다. 담대한 이야기를 유난하지 않은 표정으로 이끌어간 신예 황보 운은 <만인의 연인>이 사실상 데뷔작이다. “당시 회사가 ‘주인공은 할 수 없을 것 같으니 다른 캐릭터 중심으로 오디션을 준비하라’고 했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읽을수록 내가 하고 싶은 건 유진밖에 없었다.”
5년 동안 썼던 일기장을 들고 가 과거 연애 경험까지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주인공 역할로만 오디션을 보고, 한달 넘게 기다려도 연락이 오지 않자 새벽 5시에 PD에게 결과를 묻는 문자를 보내는 등 거침없는 당돌함을 눈여겨본 한인미 감독은 캐스팅 모험을 감행했다. 황보운은 기회를 운이 아닌 노력의 발판 으로 받아들이는 영민한 초심자다. 그리고 매일 영화 사무실을 찾아가 프리프로덕션 과정을 지켜보고 스탭들과 친분을 쌓으며 첫 영화 현장에 완벽히 흡수되려 했고, 실제 자신과 유진의 공통점도 분주히 찾았다. “나도 유진처럼 19살 때 경리단길 피자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왕복 5시간이 넘는 한림예고로 통학할 때 외로워하기보다는 몸이 바쁜 쪽을 선택했던 것을 떠올리며 유진과 과거의 나를 비교했다.”
<만인의 연인>이 배우의 실제 일기장에 뿌리를 둔다면, 화장실에서 좀비로 변하는 모습을 강렬하게 보여준 <지금 우리 학교는>은 뇌진탕이 올 정도로 액션스쿨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받으며 연기의 기술을 배운 현장이었다. 더불어 “북적이는 현장에서 다양한 사람과 소통하는 과정이 너무 재밌다”는 점을 연기가 좋은 이유로 꼽는 그는 새로운 환경과 배움의 과정을 기꺼이 기뻐할 준비가 되어 있다. 최근 경험한 단편영화 현장도 “힘들어서 좋았다”는 이 신인이 즐기면서 흡수할 재능들이 기다려진다.
FILMOGRAPHY
영화 2022 <만인의 연인> 2021 <타이거마스크>
드라마 2022 <3인칭 복수> 2022 <지금 우리 학교는> 2021 <시지프스: the my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