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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스트레인지 월드', 다양성으로 더 넓어진 디즈니 세계관
이자연 2022-11-30

곤경에 빠진 도시 아발로니아를 구하기 위해 탐험가 예거(데니스 퀘이드)는 아들 서처(제이크 질런홀)를 데리고 모험을 떠난다. 험준한 산맥은 그들의 등정을 쉽게 허락하지 않고 고달픈 나날이 두 부자를 맞이한다. 그러던 중 ‘판도’라는 독특한 식물을 발견한 서처는 모험을 끝까지 완수하려는 아버지와 헤어져 마을로 돌아온다. 전기에너지가 흐르는 판도의 특성으로 마을 사람들은 전기를 보급하고 비행선을 개발하며 윤택한 삶을 향유하게 된다. 그리고 25년 뒤, 다시 아발로니아가 위기를 맞이한다. 곳곳에서 자라던 식물들이 이유 없이 시들기 시작한 것이다. 성실한 농부가 된 서처는 아발로니아의 대통령 칼리스토(루시 류)로부터 제안을 받아 가족과 함께 모험을 떠난다.

<스트레인지 월드>는 3대가 서로에게 고백하지 않아 오랫동안 누적된 오해와 이해를 다루고 있다. 탐험가로서 목표를 이뤄내는 게 가장 중요한 예거, 모험은 관심 없고 자신의 안정적인 일상과 판도의 회복에만 집착하는 서처, 모든 생명의 화합과 공존을 꿈꾸는 서처의 아들 이든(자부키 영-화이트)까지. 이들은 아버지이자 아들로서 감출 수 없는 불만을 터뜨리며 깊게 곪아버린 갈등을 하나둘 직면하기 시작한다. 특히 유년 시절 아버지와 떠났던 모험이 현재의 트라우마로 남은 서처를 기준으로, 가족이기 때문에 말하지 못한 비밀이나 묻지 못한 질문을 하릴없이 털어놓으며 서로의 정서적 거리를 좁히고 마음에 굳게 쳐둔 울타리를 열기 시작한다.

지도 어디에도 표기되지 않은 미지의 영역에 들어선 서처 모험단은 생애 본 적 없는 신비롭고 기묘한 풍경을 맞닥뜨린다. 융털 같은 잔디밭, 운동단백질 키네신을 연상시키는 생명체, 적혈구처럼 생긴 새들. 어딘가 익숙한 듯 개성 넘치는 생김새를 자랑하는 이들은 말 그대로 이상한 세계를 구성하고 있다. 이 구성원들의 외형이 나의 현실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것 또한 이 영화가 의도한 작은 묘미다.

무엇보다 <스트레인지 월드>는 영화 안에 다양성을 담아내는 노력을 기울였다. 노년, 중년, 청소년 등 다양한 세대의 비백인종 가족이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내고 비행선을 조종하는 어머니와 약재를 다루는 아버지 등 성 역할이 구분돼 있지 않다. 이든의 반려동물 레전드는 왼쪽 앞다리가 없지만 모험하는 데 끄떡없고, 이든은 성 소수자다. 현실 세계에서 쉽게 외면받는 이들을 영화의 중심으로 내세우면서 많은 관객이 이들의 삶과 가치관 등을 자연스레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는다. 어떤 것도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세계관에서 이야기의 지반이 안정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어느 누구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영화의 목소리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꼭 좋은 편이랑 나쁜 편이 필요해? 그럼 아빠랑 할아버지가 나쁜 편이야! 나를 짜증나게 하니까!"

공존과 화합을 사랑하는 이든이편 가르기를 통해 안정을 얻는 아빠와 할아버지에게 일침을 가하는 장면.

CHECK POINT

<엔칸토: 마법의 세계>(2021)

마드리갈 가문에서 유일하게 마법의 힘을 받지 못한 주인공 미라벨을 중심으로 여러 세대에 걸친 가족 내의 갈등과 화합을 보여준다. 뮤지컬 장르로 사운드트랙에 수록된 노래 전곡이 빌보드 핫100에 진입했으며 그중에서 <We Don’ t Talk About Bruno>는 빌보드 핫100의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스트레인지 월드>의 주요 제작진의 전작이며, 한국 출신의 아트 디렉터 김상진과 이현민 애니메이터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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