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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현 편집장] 한국 영화감독 축구팀 베스트11
이주현 2022-11-25

2022 카타르 월드컵이 개막했다. 메시의 아르헨티나가 사우디아라비아에 지고 강호 독일도 일본에 패하면서 초반의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가고 있다. 전세계 영화계가 긴장해야 할 만큼 개막 첫주 카타르 월드컵의 시나리오는 흥미진진하다. 오늘은 가나, 우루과이, 포르투갈과 함께 H조에 속한 대한민국의 첫 경기가 있는 날이다. 한창 마감 중인 <씨네21>의 사무실은 그저 고요하다. 겨울의 월드컵은 처음인데 이맘때는 이런저런 연말 결산 기사를 준비하느라 바쁜 시기고, 나를 제외한 기자들은 영화만 사랑하는 종족들이라 올해는 월드컵 특집도 못하고 넘어가게 생겼다. ‘영화의 일기’가 아닌 ‘월드컵 일기’라도 맡기고 싶은 김혜리 편집위원의 아이디어(“예전에 <가디언>에서 영국 감독들로 축구팀을 짠 적 있는데 웃겨 죽음…”)에 힘입어 축구 에디토리얼이라도 쓸 수밖에.

이제부터 가상의 한국 영화감독 남자 축구대표팀을 꾸려보려 한다. 어쩐지 상대하기 까다로운 무시무시한 팀을 완성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참고로 팀 구성과 포지션 배치에 있어 감독들의 운동 능력이나 축구 재능을 검증하진 않았다. 전술은 무난하게 4-3-3. 최전방 공격수는, 남다른 피지컬을 보유한 데다 1인치의 장벽 정도는 거뜬히 허물 수 있는 봉준호 선수다. 칸과 오스카를 석권한 봉준호 선수가 ‘봉톱’으로 나섰을 때 상대편이 느낄 위압감도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군살 하나 없는 날렵한 몸으로 각종 레드 카펫에서 멋진 슈트핏을 보여준 <오징어 게임>의 배우이자 <헌트>의 감독 이정재 선수는 기민한 움직임으로 공격에 힘을 보탤 것이고, 1년에 두어편씩 꼬박꼬박 신작을 내놓는 홍상수 선수의 왕성한 영화 생산력은 득점왕을 노려볼 정도다. 미드필더는 최동훈, 류승완, 장항준 선수가 낙점. 대사면 대사, 액션이면 액션, 사석에서의 입담이면 입담으로 상대를 압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단 <베테랑> 2편을 준비 중인 류승완 선수는 정의감 상승으로 인해 상대 선수의 비신사적 행동에 쉽게 욱할 수 있으니 옐로카드를 조심해야 한다. 장항준 선수는 최근 농구영화 <리바운드>를 찍어 한층 운동감각이 올라왔을 것으로 예상해 선발 기용했다. 마지막으로 수비 진영이 든든하다고 자부하는데, 센터백은 안중근 영화 <영웅>을 개봉 준비 중인 윤제균 선수와 이순신 영화 <명량>과 <한산: 용의 출현>을 만든 김한민 선수다. 이순신 장군과 안중근 열사의 기운을 이어받아 뒷문을 꽁꽁 걸어잠가 애국할 것으로 기대한다. K좀비의 특별함을 전세계에 알린 <부산행>의 연상호 선수에게선 끈적한 수비를, 한국영화감독조합의 살림을 알뜰살뜰 책임지고 있는 민규동 선수에게선 부지런히 남들보다 몇발 더 뛰는 놀라운 활동력을 기대해도 좋다. 골키퍼는 존재만으로도 골대가 꽉 찬 느낌을 주는 카리스마 있는 이창동 선수다. 무엇보다 골키퍼는 90분 내내 뛰지 않아도 된다. 마지막으로 이 팀의 감독은 박찬욱이다. 우아한 전술을 바탕으로 초록의 그라운드에 특별한 미장센을 수놓을 그는 응원단에도 특별 주문 제작한 벽지로 카드 섹션 응원을 요구할지 모른다.

한국 영화감독 여자 축구팀 베스트11은 다음 기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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