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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파이어버드', 엄혹한 시절의 불같은 사랑에 예상 가능한 모든 것
정재현 2022-11-16

1977년 에스토니아가 소련령이던 시절 연기자를 꿈꾸는 일병 세르게이(톰 프라이어)는 공군 기지에서 군 복무 중이다. 어느 날 로만 마티예브 중령(올렉 자고로드니)이 세르게이의 부대로 부임한다. 사진이라는 공동의 취미하에 세르게이와 로만은 가까워진다. 세르게이는 로만의 외부 일정에 동행하기도 하고, 로만의 관저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이윽고 둘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당시 동성간 성적 접촉은 소련군 형법상 불법이었다. 군인의 의무를 저버릴 수 없었던 로만은 세르게이에게 이별을 고한다. 전역 후 세르게이는 연극학도로 연기 공부에 매진하지만 여전히 로만을 그리워한다. 그러던 중 로만은 세르게이를 찾아와 부대에서 만난 루이자(다이애나 포자르스카)와 결혼한다고 말한다. 시절에 의해 이별할 수밖에 없었던 둘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사랑을 지속한다.

<파이어버드>는 연출의야심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영화는 퀴어 로맨스 장르 아래 공군 부대 내 훈련 장면과 비행전 시퀀스, 발레와 연극 등 러시아 하면 떠오르는 예술 공연 장면까지 다양한 스펙터클을 한 영화 안으로 포섭한다. 이같은 영화의 시도는 두 인물이 종사하는 직군을 충실히 묘사하며 두 인물이 마주한 예술처럼 아름다운 사랑의 찬란함과 냉전 시대의 공기 모두를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모나 보이거나 과시적으로 비치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의 아쉬운 점 또한 멜로 감정선 연출에 있다. 두 남자가 서로 사랑에 빠지는 순간과 시대의 비극 속에서 사랑을 키워가는 장면들이 지나치게 단순하고 직접적으로 연출돼 있다. 이미 통속적이고 투박한 실화를 연출로서 극복할 수 있는 지점을 섬세하게 고민하지 않은 채 빤한 이야기를 예상 가능하게 풀어간다는 인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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