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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약한영웅 Class 1’ 최현욱, “아드레날린 드라이브”
조현나 사진 오계옥 2022-11-16

교실 맨 뒷자리에서 잠만 자는 ‘그 친구’. 얼굴보다 뒤통수가 익숙한 수호는 교문만 나서면 자유로운 영혼이 된다. 할머니와 약속한 ‘결석 없는 졸업’을 목표로 수호는 현재까진 별 탈 없이 학교를 다니고 있다. 그런 줄 알았다. 친구 시은(박지훈)과 범석(홍경)을 만나기 전까진. 힙합을 좋아하는 배드민턴 부원(<라켓소년단>)에서 그때 그 시절의 인플루언서 ‘7반 이쁜이’(<스물다섯 스물하나>)를 거쳐 ‘파이터 수호’에 이르기까지. 최현욱은 배역에 맞춰 유연하게 스스로를 조형해가며 배우로서의 영역을 확장해왔다. 철저한 준비를 바탕으로, 현장의 흐름을 기민하게 읽는 동물적 감각을 여실히 발휘해낸 결과다.

-얼마 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약한영웅 Class 1>을 상영했다. 관객과 함께 큰 스크린으로 시청한 소감이 어땠나.

=오프닝 음악에서부터 ‘끝났다’고 생각했다. (웃음) 그때 본 게 첫 시사였는데 형과 누나들의 연기가 정말 좋더라. 관객이 수호 캐릭터와 나의 싱크로율에 관해 질문을 했는데, 그때 50 대 50이라고 답했다. 배울 점이 정말 많은, 멋있는 캐릭터였다.

-어떤 부분이 그렇게 멋있었나. 또 어떤 점이 비슷하다고 느꼈나.

=일찍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책임진 점, 공부는 하지 않더라도 나름 성실하게 학교를 다닌다는 점. 나름의 힘듦이 있어도 거기에 절대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친구라는 게 좋았다. 가장 좋았던 건 자기 감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는 거였다. 멋있어 보이게끔 행동하는 게 아니라 솔직하게 표현하고 시원시원하게 행동하는 게 좋았다. 나와 비슷하다고 생각한 건 개그가 재미없다는 점? (웃음) 아재 개그까진 아니어도 제스처나 행동에 아저씨 같은 면이 있다는 소릴 종종 듣는다.

-그런 수호가 마음에 들어서 <약한영웅 Class 1> 출연을 결심했나.

=수호에 대한 애정도 있었고 대본 자체도 워낙 재밌었다. 읽으면서 학창 시절이 떠올랐다. <약한영웅 Class 1>은 액션이 눈에 띄긴 하지만 한편으론 예전에 한번쯤 경험해봤을 감정들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그런 감정선이 좋았고 공감이 많이 됐다. 도전해보고 싶었던 액션 신이 있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액션스쿨을 다니면서 열심히 준비했다고 들었다. 야구를 오래 했고 워낙 몸을 잘 쓰는 배우라 별로 힘들지 않았을 것 같은데.

=수호가 무술을 했던 친구기 때문에 좀더 전문성을 보이고 싶어서 훈련을 많이 했다. 2~3개월가량 액션스쿨을 다녔는데 처음엔 너무 어려웠다. 액션은 춤과 같은 거라고 말씀해주셨는데 정말 운동할 때와 몸 쓰는 게 다르더라. 그런데 언젠가부터 하면 할수록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느낌이 들었다. 너무 재밌어서 현장에서도 너무 고난도가 아니면 대부분의 액션을 직접 했다. 내가 몸 쓰는 걸 정말 좋아한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교실에서 시은이의 싸움을 말리는 순간이 인상적이었다. 사실 시은과 영빈의 싸움이기 때문에 수호가 굳이 나설 필요는 없지 않나. 시은과 별로 친하지 않았을 때인데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싸움을 말렸다.

=자다 깬 수호 눈에도 상황이 심각해 보였던 것 같다. 아무리 봐도 시은이가 끝까지 갈 것 같으니 ‘얘 뭐야, 왜 이러는 거야’라고 생각하며 순간적으로 반응한 거다. 모두가 몸을 사리는 와중에도 자신만큼은 시은이를 말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 확실히 있었을 것이다.

-한편 시은이 석대(신승호) 무리와 싸우고 있을 때 범석이 도와주러 가자고 하자 ‘우리가 그 정도 사이는 아닌 것 같은데’라고 말한다. 나름 인간관계에서의 선이 분명한 캐릭터인 걸까.

=감독님하고도 그 이야기를 했었다. ‘수호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가 뭘까요?’ 정말 단순하게 ‘아직 그 정도 사이가 아니라서’였을 거라고 하시더라. 수호가 1차원적인 면이 있다. 별다른 생각을 해서가 아니라 그땐 정말 친하지 않았고, 범석이가 깨워서 짜증도 좀 났고, 이따가 아르바이트도 있는데 굳이 거기까지 가야 하나 이런 생각을 연이어 했을 것 같다.

-애드리브를 많이 했다던데 어떤 장면이었는지 궁금하다.

=시은이가 밥 먹으러 가자며 깨우는 신에서 수호가 “근데 눈빛이 왜 그래? 안 먹어!”라고 말한다. 그게 애드리브였는데 기존의 대사 대신 그 장면을 살려주셨더라. 석대랑 싸울 때도 영빈이에게 “네 형 쫄리나 본데”라고 말하는데 원래 없던 대사다. 그런 식으로 상황에 맞는 말들을 많이 시도해봤다.

-의상이나 소품에 관해서도 의견을 자주 내는 편인가.

=그렇다. 수호의 사복은 아예 트레이닝복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잘 때 수호가 베는 베개도 내가 고른 거다. 세개의 후보가 있었는데 분홍색 토끼 베개에 꽂혀서 이걸로 하겠다고 했다. 화면에서도 잘 보이더라.

-수호가 좋아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나보다.

=그렇게는 생각 안 했고, 본체인 내 마음에 들었다. (일동 웃음)

-2019년 웹드라마 <리얼:타임:러브 PART 1>으로 데뷔했다. 지금까지 연기해보니 배우로서 본인의 장점은 무엇인 것 같나.

=부끄럽지만, 감사하게도 눈이 깊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신다. 그리고 자기 객관화가 잘돼 있는 편이다. 배우로서 장점인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연기하면서도 적용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모범택시>와 <라켓소년단> <스물다섯 스물하나>와 같은 전작들부터 <약한영웅 Class 1>에 이르기까지 유독 학생 캐릭터가 많았다. 교복을 벗고 더 다양한 외형에 도전해보고 싶진 않나.

=교복을 입는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캐릭터와 상황이 전부 달랐다. 시대극에도 출연했고 운동부원으로도 나왔고, 또 수호는 남고에서 흔히 볼 법한 친구였다. 캐릭터만 다르다면 학생 역할을 또 해도 상관없다. 그리고 여태까지 교복을 입었으니 앞으로 새롭게 연기해볼 수 있는 인물들도 더 많지 않을까. 그 순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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