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최초 士번 타자, 최초로 방망이 잡던 날
영화 (제작 명필름 l 감독 김현석 l 주연 송강호, 김혜수)은 1905년, 갓 쓰고 도포자락 휘날리며 빨래 방망이로 야구하던 조선 최초의 야구단 이야기를 그린 휴먼코미디. 송강호와 김혜수가 각각 극중 ‘YMCA 야구단’의 4번 타자와 감독으로 캐스팅되었으며, 이밖에도 황정민, 김주혁, 량현량하, 신구, 임현식 등 한국영화 최고의 스타군단을 만날 수 있는 영화이다.
월드컵으로 온 나라가 들썩이는 가운데, 100년 전 선비 이호창(송강호 분)이 처음으로 야구방망이 휘두르던 날, 1905년 글공부 보다는 운동이 좋은 선비, 호창이 처음 야구 방망이를 휘두르는 장면의 전주 촬영 현장.
YMCA회관으로 쓰이던 태화관으로 넘어간 돼지오줌보 축구공을 찾으러 갔다가 우연히 외국인 선교사 질레트를 통해 ‘야구’를 처음 접한 호창은 ‘야구’에 대한 호기심에 견딜 수 없어한다.
그날 이후 고의로 축구공을 태화관 담장 너머로 넘긴 호창은 태화관 이곳저곳을 탐색하다 야구 글러브와 공을 발견하고 글러브를 손에 가만히 껴본다. 왼손에 끼는 글러브를 오른손에 끼고 어색해 하는 호창의 뒤로 방망이를 든 여성(민정림)의 그림자가 아른거리고, 당황한 호창은 자신의 돼지 오줌보 공을 찾으며 “공 찾으러 왔소! 공...” 하고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는다.
“다듬이질 하는 데 방해해서 미안하오”라고 말하는 호창에게 정림은 야구를 해볼 것을 권유하고, 호창은 난생처음 야구배트를 손에 쥐고 질레트가 던져주는 공을 쳐보려고 하지만 그리 쉽지 않다. 몇 번의 실패 끝에 이상한 폼으로 휘두른 배트에 정확하게 맞은 공은 태화관 담장 너머로 날아가고(조선 최초의 홈런!), 호창은 야구배트를 쳐다보며 놀라움과 신기함을 감추지 못한다.
호창에게서 강타자의 재질을 발견한 정림이 빼쓰볼을 권유하자 “나 선비올시다” 를 강조하는 호창. 그러나 “지금 베이스볼을 하면 조선 최초가 됩니다” 란 말에 호창은 흔들린다.
훗날 조선 최초이자 최강의 4번 타자로 활약하게 되는 호창이 처음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는 이 씬은 ‘조선 최초의 야구단 이야기’를 다룬 영화 속에서 큰 의미를 갖는 장면.
긴장감이 흐를만한 촬영장이지만, 송강호의 익살스러운 표정과 매 테이크마다 수시로 바뀌는 애드립 덕분에 촬영장은 웃음의 도가니. 한국 최고의 배우답게 배역에 대한 철저한 연구와 고민을 그치지 않는 송강호는 직접 다른 표정과 액션들을 김현석 감독에게 제안하는 모습을 보인다. 정림 역을 맡은 한국 최고의 스타 김혜수 역시 화기애애한 현장 분위기를 만드는 일등공신. 초여름 햇볕이 무섭게 내리쬐는데도 불구하고 내내 촬영 현장을 지키며 연기경력 17년째인 베테랑 배우다운 면모를 보이는 김혜수는 똑똑하고 당찬 신여성 민정림, 그 자체라는 평가다.
“예엣~ 좋습니다!” 란 외침으로 OK사인을 내리는 김현석 감독과 배우, 스탭이 모두 모여 촬영장면을 체크하는 모니터 앞은 그래서 화기애애하다. 현재 은 전주, 안동 등지에서 촬영을 약 40% 마친 상태이며, 올 가을 개봉 예정이다.
인터넷 씨네21 컨텐츠팀 cine21@new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