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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죽어도 자이언츠', 80, 90년대 역동적인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이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군다
이우빈 2022-10-26

부산에 연고를 둔 프로야구팀 롯데 자이언츠는 10개 팀 중 8위로 올 시즌을 마쳤다. 2019년 10위에 이어 7, 8위를 기록했던 터이니 딱히 놀라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 부산은 과거 ‘구도’(야구 도시)라 불렸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야구에 죽고 못 사는 도시다. 얼마 전 롯데 자이언츠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이대호 선수가 마지막 경기를 치를 땐 거리마다 그의 은퇴 얘기로 시끄러웠을 정도다. 스포츠에서 승패나 순위를 중히 여기는 게 바람직하진 않겠으나 만년 하위권 팀의 높은 인기는 분명히 이상한 구석이 있다. <죽어도 자이언츠>는 이런 롯데 자이언츠의 신비를 들추는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전술한 최근 롯데 자이언츠의 부진, 이대호 선수의 은퇴, 여전히 뜨거운 팬 문화로 이야기의 물꼬를 튼 후 팀의 시작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두환 정권의 3S 정책으로 한국프로야구가 출범한 이후, 최동원 선수의 활약으로 우승을 거머쥔 1984년부터 롯데 자이언츠의 마지막 우승 해인 1992년을 거치며 팀의 황금시대가 조명된다. 그리고 2000년대 초반 임수혁 선수와 김명성 감독의 안타까운 사망에 잇따른 성적 부진, 2008년 제리 로이스터 감독의 등장으로 반등했던 과거에 이어 다시 현재에 이른다. 극적이거나 독특한 플롯보다는 시간순으로 팀의 연대기를 성실히 좇는 식이다. 또 과거의 감독, 선수, 팬들이 팀의 지난날을 담담히 회고한다. 스포츠물로는 비교적 침착한 연출이지만 일련의 흑백 사진에 담긴 팬들의 전투적인 응원 열기와 경기 영상 속 함성이 영화의 활력을 빠짐없이 챙긴다. 이는 비단 롯데 자이언츠의 팬뿐 아니라 스포츠의 낭만을 경험해본 이들, 혹은 1980, 90년대 한국의 역동적인 정취를 그리워하는 이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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