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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스포츠처럼, 스포츠는 인생처럼
2002-05-31

스포츠영화 전문감독 론 셀튼

스포츠에 대해 가장 잘 아는 방법은, 직접 선수로 뛰어보는 것이다. 론 셸튼이 스포츠영화로 한우물을 파는 것도 그런 이유가 있다. 89년 폴 뉴먼 주연의 정치코미디 <블레이즈> 하나를 빼고는, 데뷔작인 <열아홉번째 남자>부터 <덩크슛> <틴컵> <메이저리그의 전설 타이 콥> <플레이 투 더 본>까지 야구, 농구, 골프, 권투 등 다양한 종목을 오가며 끈질기게 승부의 세계만을 그려왔다. 론 셸튼은 스포츠와 일상이 훌륭하게 어우러진, 화목한 영화를 만든다.

1945년 9월15일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난 론 셀튼은 대학 시절에는 농구를 했고, 졸업 뒤 67년부터 5년간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마이너팀에서 2루수로 활약했다. 메이저리그에는 진입하지 못했고, 트리플 A팀인 로체스터 레드 윙스가 최종기록. 운동을 그만둔 론 셸튼은 로저 스포티스우드 감독의 영화 <언더 파이어>와 <베스트 오브 타임즈>의 시나리오를 쓰며 조감독으로 일한다. 로빈 윌리엄스와 커트 러셀이 출연한 <베스트 오브 타임즈>는 론 셸튼의 장기인 스포츠 드라마가 처음 발현된 코미디영화였다. 인정을 받은 론 셸튼은 자신의 마이너리그 경험을 바탕으로 쓴 야구영화 <열아홉번째 남자>의 감독으로 데뷔한다.

1988년 만들어진 <열아홉번째 남자>(Bull Durham)는 마이너리그 야구팀의 고참과 신예 사이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상황을 드라마틱하게 연출하여 비평과 흥행 모두 성공을 거두었다. 불스 더램팀이 영입한 신인 투수 에비는 빠른 볼을 가지고 있지만 머리가 나쁘고, 쉽게 흔들린다. 에비를 활용하기 위해 노련한 포수가 필요했고, 메이저리그에서도 뛰었던 크래쉬를 영입한다. 크래쉬는 에비를 이끌며 좋은 투수로 조련해간다. 그 사이에 끼어든 바람둥이 여자 애니. 애니는 크래쉬와 에비 사이를 맴돌다가 에비에게 기운다. 성공 가도를 달리는 에비는 마침내 메이저리그로 승격되지만, 나이 많은 크래쉬는 해고된다. 케빈 코스트너, 수잔 서랜던, 팀 로빈스의 중후한 연기가 뒷받침하는 <열아홉번째 남자>는 스포츠세계의 우여곡절을 진지한 연애담과 능숙하게 엮어낸다. 뉴욕비평가협회 최우수 각본상을 받았다.

89년 <블레이즈>를 만든 뒤 론 셸튼은 수작으로 평가받는 <덩크슛>(White Men Can't Jump, 1992)을 만든다. 한국 선수들도 이미 덩크슛을 한 지 오래지만, NBA 스타들의 현란한 덩크슛 경연을 보고 있으면 여전히 입이 딱 벌어진다. 농구스타의 대부분은 흑인이다. 뛰어난 탄력과 지구력을 가진 흑인들이 가장 강세를 보이는 종목이 농구이고, 농구의 꽃은 뭐니뭐니해도 림을 박살낼 것처럼 내려꽂는 슬램덩크다. 래리 버드 이후 골밑을 장악하는 NBA의 백인 센터는 거의 없다. <덩크슛>의 원제인 ‘백인은 점프할 수 없어’도 그런 상황을 비꼬는 농담이다. 흑인인 시드니는 덩크슛을 못한다며 백인인 빌리를 놀려대고, 열받은 빌리는 게임을 그르친다. 인종도, 성격도 다른 두 사람이 한팀을 이루어 직업적으로 거리농구를 하면서, 그들의 사이에 놓인 강도 조금씩 말라간다. 론 셸튼은 스포츠의 다이내믹한 전개에 슬쩍 다른 이야기를 얹는 데에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 <덩크슛>의 농구경기를 한참 보고 있으면, 어느 틈에 인종문제 이야기가 넘쳐난다. 어색하지 않게, 스포츠와 함께 인생의 한 부분을 엮어내는 솜씨는 상대방의 코트로 쏜살같이 달려가며 주고받는 2 대 1 패스를 보는 느낌이다. 웨슬리 스나입스와 우디 해럴슨의 콤비도 천생연분처럼 어울려서 캐릭터까지 그대로 <머니 트레인>이란 영화에 이어질 정도였다.

전설적인 56게임 연속안타 신기록을 보유한 타이 콥의 일생을 그린 <메이저리그의 전설 타이콥>(Cobb, 1994)은 약간 늘어진다. 타이 콥은 자서전 집필을 위해 스포츠 기자 알 스텀프를 고용한다. 알 스텀프는 타이 콥과 함께 여행을 하면서, 그의 생애와 숨겨진 진실을 찾아간다. 그리고 콥의 내면을 이해하게 된다. 96년에 만든 <틴 컵>(Tin Cup)은 <열아홉번째 남자>의 감동과 익살을 다시 느낄 수 있는 수작이다. 한때 주목받던 신인이었지만, 지금은 텍사스 구석의 골프 클럽 강사로 지내는 로이. 예전의 라이벌이었고, 지금은 최고의 프로골퍼인 심슨의 약혼녀에게 반하는 바람에 US오픈 출전을 결심하게 된다는 이야기. 99년에는 권투영화 <플레이 투 더 본>(Play It to the Bone)을 만들었다. 우디 해럴슨이 안토니오 반데라스와 공연하는데, <덩크슛>의 티격태격하는 동반자를 다시 보는 느낌이다. 한때 스타였지만 지금은 몰락한 프로복서 시저와 빈스가 함께 라스베이거스로 향한다. 여러 가지 사고를 치며 간신히 당도한 시저와 빈스는, 경기의 승자에게 타이틀 도전권이 주어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불붙는 경쟁심.

최근 론 셸튼은 <나쁜 녀석들2>의 시나리오를 썼고, 제임스 엘로이의 소설을 각색한 <다크 블루>를 연출할 예정이다. 커트 러셀과 빙 레임스가 출연한다. 스포츠영화의 전문가이지만, 지금 론 셸튼이 관여하는 작품들은 모두 스포츠영화가 아니다. <열아홉번째 남자> 이후 만든 론 셀튼의 영화들은, 아쉽게도 흥행에서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 그래도 언젠가 론 셸튼은 다시 스포츠영화로 돌아올 것이다. 할리우드도 아마 알 것이다. 론 셸튼만큼 스포츠의 희로애락을 잘 알고 있는 감독을 찾기란,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을.

사진설명

직접 운동선수로 뛰었던 론 셀튼 가독은 스포츠의 다이내믹한 전개에 흥비로운 드라마를 슬쩍 얹는 데 탁월한 재능이 있다. 그는 <틴 컵><열아홉번째 남자><플레이 투 더 본>등을 만들었다.▶ 게으른 영화광 김봉석, 스포츠 영화 보며 인생을 깨닫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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