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강습을 받은 지 한달이 됐다. 동네 체육센터의 치열한 신청 경쟁을 뚫고 등록에 성공한 덕이다. 한 가지 걱정이 있었다면 그 반은 마지막까지 정원이 다 차지 않았더라는 것이다. 텃세가 심한 곳도 있다는데 한두번 나가고 포기하게 되면 비싼 나의 배드민턴 라켓은 어쩌나(20여년 전에 배드민턴을 배웠다는 이유로 선수용 라켓이 아니고서는 쓸 수 없는 깐깐한 몸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한달 수강료는? 나의 설렘은? 이런 노심초사는 참으로 오랜만에 느껴보는구나, 생각하며 첫 수업에 참석했다.
첫날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신발을 어디서 갈아신어야 하는지도 몰랐다. 코트에 쭈뼛쭈뼛 들어가 한쪽에 가방을 두고 가만히 앉아 있자니 “그래도 우리 반은 텃세 같은 건 없어서 다행이야 그지” 하고 이야기하는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주머니는 자신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다가와서 처음이냐고 물었고, 저기 가서 칠판에 이름을 쓰고 오라고 했다. 뭔진 모르겠지만 일단 가서 썼다. 본인과 잠시 치자길래 얼떨결에 코트에 나가 랠리를 주고받았다. 아이고, 세상에. 친 지 5분 만에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10분쯤 되니 팔근육이 아려오기 시작했다. 다른 회원들은 아랑곳 않고 신나게 각자 게임을 하거나 랠리를 주고받았다. 여기 사람들은 다 괴물인가?
강습은 더 가관이었다. 코치님이 띄워주는 셔틀콕을 클리어로 쳐내야 했는데, 분명히 방금까지 랠리를 칠 때는 팡팡 잘 맞던 공이 하나도 안 맞는 것이다. 이럴 수가 없는데. 아무리 배운 걸 까먹었어도 학창 시절에 배드민턴으로 이름깨나 날렸건만(다들 공부하느라 상대를 해주지 않긴 했다). 하지만 그것도 10년 전이고, 심지어 나는 오랜만의 강습이라 긴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아주 많이. 무지 많이. 코치님은 배웠다는 사람이 왜 이 모양이냐고 했고, 나는 그 말에 힘입어 더 많은 공을 허공에서 놓쳤다. 정말 창피하기 그지없다고 속으로만 생각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느냐? 나는 이번 달도 같은 반에 등록했다. 한달 사이에 나는 더 많은 회원들과 안면을 텄고, 감도 조금씩 되찾았고, 코치님에게 칭찬도 들었고, 수업 후에도 전완근이 아프지 않게 됐다. 긴장과 부끄러움을 익숙함과 교환하며 땀 흘리는 즐거움을 찾아가는 기분이 상쾌하다. 어디 가서 일을 해도 긴장하거나 지적받을 일이 줄어가는 삶에서 이런 미숙함이 반갑다. 얼마나 안정된 삶을 꾸리든지 우리는 영원히 삶의 초보니까. 그리고 초보자의 미덕은 겸손이다. 오만과 습관을 내려놓고 알고 있는 스텝을 연습 또 연습할 일이다. 배드민턴이야 초보라는 이유가 많은 것을 용서해주지만, 삶은 곧장 흘러가버릴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