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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1호 [인터뷰] 박선영 아시아 프로그래머, “지금이 아니면 다시 볼 수 없는 영화와 만나는 기쁨”
송경원 사진 최성열 2022-10-06

부산국제영화제 박선영 아시아 프로그래머 인터뷰

“올해는 주목받지 못했던 국가의 빛나는 작품들이 많다.” 박선영 아시아 프로그래머는 중화권과 인도, 중앙아시아 지역의 영화를 담당하고 있다. 작년 21세기 중국영화의 특징을 살피는 ‘중국영화, 새로운 목소리’ 특별전을 진행한 후 올해는 인도와 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지역의 영화들에 좀 더 힘을 쏟았다. 박선영 프로그래머가 엄선해온 작품 면면을 살펴보면 영화제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작품들 최대한 다양하게 소개하겠다는 의지로 찾아온 보석 같은 작품들로 즐비하다. 발굴과 탐색, 그리고 새로운 만남이라는 의미에서 진정 영화제이기에 즐길 수 있는 소중한 경험들이 스크린의 바다에서 당신을 기다린다.

-올해는 중국영화의 편수가 확실히 줄어들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부산뿐 아니라 전 세계 영화제에서 중국영화가 적어진 게 사실이다. 정치적인 영향도 있을 것이고 출품작의 완성도에도 상당한 변화를 겪고 있는 걸로 보인다. 올해 부산에 출품된 작품 편수 자체는 작년과 거의 비슷했는데 최종적으로는 제작사의 요청으로 빠진 작품들이 꽤 있다. 중국영화의 변화에 대해서는 좀 더 후일에 이야기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내부적으로는 일단 작년에 중국영화 특별전을 크게 했기 때문에 올해는 다른 지역의 영화들을 좀 더 다양하게 소개해보고자 했다. 권역 별로는 아무래도 영화계의 규모가 있다 보니 인도영화가 꽤 많다. 그 밖에 중앙아시아 지역의 영화들을 최대한 다채롭게 소개하고자 했다.

-중앙아시아 지역의 변화와 경향을 소개해주신다면.

=올해는 재미있었던 게 전통적으로 중앙아시아 영화의 강국인 카자흐스탄 외 다른 국가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보통 카자흐스탄 영화가 많이 선정되고 다른 지역은 나라마다 한두 편이 나오는 정도였는데 올해는 키르기스스탄의 영화 중에 재미있는 작품이 많았다. 가령 아이벡 다이르베코프 감독의 <쑥의 향기>는 단연 올해의 발견이라고 할 만하다. 일단 완성도가 매우 높다. 아름다운 영상미를 바탕으로 이제 막 사춘기를 겪는 소년들의 크고 작은 감정의 파도를 사려 깊게 담아낸 영화다. 원래 뉴 커런츠에 선정하려고 했는데 조건이 맞지 않아 ‘아시아영화의 창’을 통해 소개한다. 탈라이벡 쿨멘데브 감독의 <집 팝니다>도 주목할만하다. 젊은 부부가 겪는 크고 작은 어려움을 통해 키르기스스탄의 현재를 잘 묘사하고 있다.

-올해는 큰 상영관에서 만날 수 있는 아시아 지역 영화들도 많아졌다.

=야심 차게 시도했는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다. (웃음) 우선 파키스탄의 사임 사디크 감독의 데뷔작 <조이랜드>가 있다. 칸 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종교적인 억압과 가부장제에 억눌린 여성이 자신의 길을 발견해나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데뷔작이라고 믿기 힘들 만큼 단단한 영화인데, 첫 장면부터 압도하는 분위기가 있다. 메시지 뿐 아니라 드라마틱한 이야기도 충분히 만족스러울 거로 생각한다. 오픈시네마 야외극장에서 소개되는 작품도 두 편이나 있다. 둘 다 인도영화다. 로케쉬 카나가라즈 감독의 <비크람>은 두말할 것도 없는 스펙터클 화제작이다. 프로그램노트에 “2022년 <탑건>에 톰 크루즈가 있다면, <비크람>에는 카말 하산이 있다”고 썼는데 농담 아니다. (웃음) 또 한 편의 인도영화는 파드마쿠마르 나라시마무르티 감독의 <맥스와 민, 그리고 미야옹자키>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름을 딴 고양이를 둘러싸고 인물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영화다. 가족들과 함께 와서 가을밤 따뜻한 행복을 안고 가실 수 있을 거라고 자신한다.

-올해는 특히 게스트가 풍성하다고 들었다.

=코로나로 막혀있던 것들이 한 번에 분출되는 느낌이다. 올해 30여 편 내외의 작품을 선정했는데 대부분 감독님이 오신다. 게스트 없는 영화는 딱 2편뿐이다. 그나마 개봉 일정이 겹치는 등 피치 못할 사정 때문에 못 오는 거다. 덕분에 일정이 집행위원장님 급으로 많아졌다. (웃음) 몸은 고되겠지만 만남의 장으로서의 영화제가 지닌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뿌듯하다. 이 열기가 관객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무래도 그 중심에 양조위 특별전이 있을 것 같은데.

=아, 양조위. 할 말이 너무 많아서 다 풀어놓을 수가 없다. (웃음) 언젠가 부산에서 꼭 모셔야 하는 위시리스트가 있는데 그중 한 분이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개봉 이후 다시 뜨거워진 부분도 있어 일단 시도나 해보자는 기분으로 작년 연말에 조심스럽게 타진했더니 너무 흔쾌하게 수락해주었다. 답이 온 게 12월 31일이었다. 너무 기뻐서 소리 지르면서 남동철 수석 프로그래머에게 알렸는데, 반응이 시큰둥한 거다. 10개월이나 남았는데 진짜 와야지 오는 거 아니냐고. (웃음) 그 말처럼 그때부터 올해 내내 기도하는 심정으로 체크하면서 기다렸다.

-양조위 배우가 직접 뽑은 작품들도 흥미롭다. 설마 <동성서취>(1993)를 뽑을 줄은 몰랐다.

=본인이 작품을 고를 수 있다는 걸 제일 좋아했다. 원래 8편의 작품을 골라주었는데 저작권 문제로 빠졌다. 하나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였고 다른 하나가 <비정성시>(1990)였다. <비정성시>의 경우엔 디지털 리마스터링이 나온다는 소문이 무성했는데 수소문 끝에 저작권을 가진 분을 찾아서 접촉했다. 실제로 리마스터링을 준비 중이라며 상태가 좋지 않은 필름 버전으로 다시 틀고 싶지 않다고 거절하셔서 빠질 수밖에 없었다.

-올해 아시아 영화들을 즐길 수 있는 팁을 하나 준다면.

=올해는 거의 모든 영화에 게스트가 있으니 GV와 함께 보시면 생생한 목소리들을 들으실 수 있을 거다. 무엇보다 영화제에서만 볼 수 있는 영화들을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꽤 많은 영화가 영화제 이후 일반 상영관에서 개봉하겠지만 중앙아시아나 인도영화들은 국내에서 다시 만나기 어렵다. 그렇다고 어렵거나 낯설기만 한 것도 아니다. 질적으로도 우수한 작품들이 많고 정치적 격변을 겪고 있는 지역의 영화들은 어떤 에너지로 가득 차 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완전히 정상화되는 건 3년만인데, 진짜 부산다운 영화들을 많이 발견하고 만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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