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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뜨거워지기 쉬운 소재를 다루면서도 절제된 연출로 기어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한다 '파라다이스 하이웨이'
이유채 2022-08-31

수감된 남동생 데니스(프랭크 그릴로)의 안전을 위해 갱단의 불법 운송책이 된 화물트럭 운전기사 샐리(쥘리에트 비노슈)는 사람을 실어 나르라는 협박을 받고 분개한다. 울며 겨자 먹기로 소녀를 차에 태운 그녀의 계획은 속전속결로 일을 처리해버리는 걸로 바뀌지만 완벽하게 실패한다. 목적지에 도착한 남성 거래자를 소녀가 총으로 쏴버리는 변수가 생긴 것. 놀랄 새도 없이 소녀를 데리고 황급히 자리를 뜬 샐리는 졸지에 쫓기는 신세가 된다. 한편 은퇴한 50년 경력의 FBI 요원 게릭(모건 프리먼)은 총살된 남자가 자신이 전에 잡았던 성매매 조직의 일원임을 알게 된다.

10대 때 인신매매 현장을 목격한 뒤 관련 문제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안나 구또 감독이 40대 중반에 비로소 노작을 완성해냈다. 그녀의 장편 데뷔작 <파라다이스 하이웨이>는 인신매매, 소아성애 등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면서도 절제된 태도를 일관한다. 인신매매업자를 등장시키되 그들의 극악함을 묘사하는 데 시간을 쏟지 않고, 범죄의 본거지를 보여주되 폭력을 재현하지 않는다. 붙잡힌 아동들의 어두운 얼굴에 근접하지도, 오래 머물지도 않는다. 냉철하고 정확한 연출이 사각지대에 놓인 아동 인신매매의 심각성과 피해 생존자의 미래에 주목하게 한다. <노매드랜드>의 프랜시스 맥도먼드를 떠올리게 하는 쥘리에트 비노슈는 보편적 인류애로 소녀를 보호하고자 하는 인간을 영화의 절제된 톤에 맞춰가며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인다. 그는 촬영 1년 전부터 트럭 운전을 배우고, 실제 여성 트럭 운전기사들과 교류했다. 자신이 가진 좋은 어른의 이미지를 활용한 모건 프리먼의 안정적인 연기는 건조한 영화에 윤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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