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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현 편집장] ‘안돼’라고 말하지 않는 사회
이주현 2022-08-19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이번주 종영했다. 드라마가 슬슬 입소문을 타고 매화 시청률이 배로 뛰기 시작할 무렵,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고래 이야기를 하고 회전문과 김밥 이야기를 하고 우영우식 인사법을 귀엽게 모방할 때에도 나는 실눈을 뜨고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며 드라마를 정주행할 것인지 말 것인지 고민하며 작품의 진심을 의심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가 주인공’이라는 설정에 불편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남다른 재능을 가진 자폐인 캐릭터를 귀엽고 사랑스럽게 포장하는 것은 뻔하고 얄팍한 수법인 데다 오히려 극소수의 천재 자폐인을 특별한 존재로 대상화할 위험이 있다고 생각했던 탓이다. 더불어 비장애인 배우의 장애인 연기를 불안하게 지켜볼 때가 많은데 어설픈 재현과 과장된 표현은 그 자체로 희화화의 위험을 안고 있다. 미디어에서 재현되는 장애인 캐릭터는 연민의 대상이거나 현실과 유리된 판타지한 존재로 편협하게 묘사되는 경우도 많아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1화를 보기까지 적잖은 마음의 허들을 넘어야 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1화를 보고 나의 짐작이 틀렸음을 깨달았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섬세하고 사려깊은 드라마였다. 동시에 판타지였다. 그 판타지는 현실을 여실히 비추기 위해 동원된 판타지였다. 적어도 몰입해서 드라마를 보는 동안엔 우영우가 되어 혹은 우영우의 주변 인물이 되어 사회가 어떻게 약자를 밀어내고 차별하고 공격하는지 체험할 수 있었다. 이번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신드롬에 관한 대담에 참여한 신지수 임상심리학자는 “병원에서조차 보기 힘든 성인 자폐인을 만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면서 “지금까지 자폐가 특정 집단만의 대화 소재였다면 이제는 대중이 자폐를 이해하려 하고 잘못된 지식을 서로 수정해주면서 논쟁이 되고 있다”고 드라마의 긍정적 영향을 설명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접하며, 개인적으로는 지난해 다큐멘터리 <학교 가는 길> 취재 당시 만난 장애인부모회의 어머니들이 생각났다. 발달장애인 자녀의 교육권을 위해 삭발을 하고 투쟁해야 했던 어머니들 중 한분은 이런 얘기를 했다.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뭔가 할 수 없거나 ‘안돼’라고 말하지 않는 사회가 되면 좋겠어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1화였던가. 영우의 아버지는 첫 출근을 앞둔 딸에게 이런저런 해서는 안될 행동들을 당부한다. 상대방 말 따라 하지 말고, 너무 솔직하게 얘기하지 말고, 특히 고래 얘기 하지 말고! 그럼에도 영우는 고래 이야기를 할 때 행복해하는 사람이다. ‘안돼’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안되는 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되기를 스스로도 작게 다짐해보며, 드라마 한편이 만들어낸 다양한 담론이 사회 구성원의 인식 변화로도 연결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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