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개국 122편 상연…개막작은 ‘더 제인스’
고 강수연 추모 영상, 개막식 등에서 공개
24회 서울국제영화제 공식 기자회견이 열린 지난 1일, 영화제 홍보대사로 위촉된 배우 방민아(오른쪽 세번째)가 조직위원회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울국제영화제 사무국 제공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오는 25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서울 마포구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과 복합문화공간 문화비축기지 공연장 등에서 열린다.
올해로 24회째를 맞는 서울국제영화제는 25일 문화비축기지 문화마당에서 열리는 개막식을 시작으로 8일간 진행된다. 오프라인으로 33개국 122편(단편 52편 포함)의 작품을 상영하고, 온라인으론 15개국 26편(단편 19편 포함)을 상영한다. 오프라인 상영은 3년 만이다.
올해 개막작은 티아 레슨, 에마 필더스 감독의 다큐멘터리 <더 제인스>(2022)다. 1960년대 임신중지가 불법이던 미국에서 정부 단속을 피해 ‘안전하고 저렴한’ 임신중지 시술을 여성들에게 제공하는 비밀 조직의 여성 일곱명에 관한 이야기다. 그들의 이름이 곧 ‘제인’이다. 황미요조 프로그래머는 “더 제인스를 함께 본다는 것은 제인들의 불법적인 용기가 어떻게 여성들을 돕고 역사를 진전시켰는지, 법과 제도는 권력관계에 따라 요동치지만 한번 자각한 스스로의 힘과 서로의 연대는 결코 후퇴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국내외 여성 감독의 첫번째 혹은 두번째 장편영화를 대상으로 하는 경쟁 섹션 ‘발견’ 부문에선 12편이 상영된다. 아시아 여성 영화인 발굴 및 지원을 위한 ‘아시아단편’ 부문에선 20편, 10대 여성 감독의 단편 경쟁 섹션인 ‘아이틴즈’ 부문에선 6편이 각각 소개된다.
올해는 스크린 바깥에서 펼쳐지는 이벤트도 다채롭다. 서울국제영화제 홍보대사로 새롭게 위촉된 배우 방민아와 <최선의 삶>을 연출한 이우정 감독이 핀란드에서 온 세 소녀의 성장극 <걸스 걸스 걸스>를 두고 관객과 이야기를 나눈다. 지난 1일 서울국제영화제 공식 기자회견 무대에 오른 방민아는 “열정을 가지고, 눈과 입과 몸짓으로 모든 노력을 담은 영화들을 알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감독 대 감독’ 프로그램에서는 <모럴 센스>를 연출한 박현진 감독과 <반디>를 통해 감독으로 데뷔한 배우 최희서가 등장해 연출의 기쁨과 고통을 주제로 소통한다. 디파 단라지, 클라라 로, 김진아, 차재민 영화감독이 관객을 대상으로 각자의 연출 철학을 전하는 ‘스페셜 토크’도 준비돼 있다. 배우 한예리는 자신을 배우로 이끈 영화 <화양연화> 상영 직후 토크 프로그램을 마련할 예정이다.
특히 올해는 배우 고 강수연을 추모하고 기억하기 위한 행사도 열린다. <아제아제 바라아제>(1989) 등 그가 주연한 영화 추모 상영을 통해 그가 한국 영화사에 남긴 자취를 기린다. 개막식과 ‘케이(K)-무비 나이트’에선 박지완 감독이 연출한 추모 영상도 만날 수 있다.
이번 서울국제여성화제의 슬로건은 ‘우리 ( )에서 만나’다. 페미니즘 대중화 이후 여성의 존재와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부각된 2022년, 다양성과 차이를 인정하고 동일화에 기반을 두지 않은 여성들의 연결과 만남을 제안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만남’의 공간을 뜻하는 ( )는 어디일까. 그곳은 극장, 온라인 공간, 어쩌면 서로의 마음이 연결된 길목,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일 수도 있다는 것이 영화제 조직위원회의 설명이다. 물론 24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도 여성 영화인과 영화를 아끼는 많은 관객에게는 훌륭한 만남의 광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겨레 최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