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개국 63편 수준급 다큐 출품, 개막작 ‘다크 레드 포레스트’
제19회 이비에스 국제다큐영화제의 개막작 <다크 레드 포레스트> 스틸컷. EBS 제공
국내 다큐멘터리 영화 팬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다큐 축제, 이비에스(EBS) 국제다큐영화제(EIDF·이아이디에프)가 다시 찾아온다. 오는 22일부터 28일까지 7일간 펼쳐지는 올해 이아이디에프의 슬로건은 ‘다큐의 푸른 꿈을 찾아서’. 팬데믹의 상처를 잠시 딛고 다큐멘터리의 꿈과 낭만을 다시 공유하자는 바람을 담았다.
올해로 19회를 맞는 이번 이아이디에프에는 모두 24개국 63편의 다큐 작품이 선보일 예정이다. 올해 작품 선정의 열쇳말은 국내외 다큐멘터리 제작 트렌드와 글로벌 이슈, 인종, 성별, 환경, 세대, 인물 등이다. 출품작은 영화제 기간에 <이비에스 1티브이>(EBS 1TV)와 다큐멘터리 전용 자체 주문형비디오(VOD)서비스인 디박스(D-BOX)를 통해 볼 수 있다. 서울 종로구의 에무시네마에서 25일부터 28일까지 4일간 극장 상영을, 경기 일산호수공원에서 25일부터 27일까지 3일간 야외 상영을 진행한다.
개막작은 중국 출신 진후아칭 감독의 <다크 레드 포레스트>다. 중국 티베트의 눈 덮인 고원에서 속세와 단절된 채 종교적 탐구에 몰두하고 있는 여승의 일상을 그려냈다. 가족들과 멀리 떨어져 있는 2만명의 여승이 구루(현자·지식인을 뜻하는 힌두어)와 서로 신탁하고, 신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형건 이아이디에프 사무국장은 2일 기자간담회에서 “(다크 레드 포레스트가) 인생을 살아가는 의미를 반추할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프로그래머 추천작으로 꼽힌 <케이의 초상화>(감독 벤 리드)도 눈에 띄는 작품이다. 평생 광장공포증에 시달리며 삶의 대부분을 부모님 집 울타리 안에서 보낸 케이의 자유분방한 독백을 통해 부모의 영향으로 독특한 정체성을 형성하게 된 여성의 씁쓸하고 달콤한 초상을 다뤘다. 베이루트에 사는 네명의 젊은 여성이 기록한 레바논의 현대사 <베이루트: 폭풍의 눈>(감독 마이 마스리)도 주목할 만하다. 연이은 반정부 시위와 그로 인한 봉쇄, 2020년 8월에 터진 엄청난 규모의 베이루트 폭발 사고를 아우르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가자에 띄운 편지>(감독 키아라 아베사니·마테오 델보)는 유럽연합(EU) 교환학생 프로그램의 하나로 전쟁의 한복판인 ‘가자 지구’로 직접 뛰어든 이탈리아 의대생 리카르도의 시선을 따라간다. 군의관을 꿈꾸며 총상에 관한 졸업논문을 써야 하는 리카르도는 이스라엘과 가자 지구를 넘나들며 자신에게 진정한 꿈을 추구할 만한 내적인 힘이 있는지 증명하려고 고군분투한다. 이번 영화제 기간에는 다큐멘터리 상영과 함께 국내외 단편 다큐멘터리를 소개하는 ‘단편화첩’, 시민들이 직접 만든 단편 작품을 선보이는 ‘이아이디에프-고양 모바일 단편 공모전’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된다.
한겨레 최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