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안나>를 연출한 이주영 감독이 <안나>가 쿠팡플레이에 의해 일방적으로 편집 당했다며 쿠팡플레이에 공식 사과와 함께 감독판 공개를 요구했다. 쿠팡플레이는 “제작사 동의를 얻어, 계약에 명시된 권리에 의거해 원래 제작의도와 부합하도록 작품을 편집했"다고 주장했다.
이주영 감독이 8월2일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시우를 통해 공개한 입장문에 따르면 "회당 45~61분의 8부작 <안나>가 회당 45~63분의 6부작 <안나>가 되"었다. 이에 대해 이 감독은 "촬영, 편집, 내러티브의 의도가 크게 훼손됐다"라고 주장했다.
이주영 감독의 법률대리인은 "쿠팡플레이의 <안나>에 대한 일방적인 편집은 국내 영상 업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라며 "저작인격권의 하나인 감독의 동일성유지권 및 성명표시권을 침해하여 이주영 감독의 저작인격권을 침해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주영 감독이 애초 집필한 <안나>의 극본은 8부작이었다. 이주영 감독은 쿠팡플레이로부터 8부작 극본을 최종고로 승인받아 제작에 들어갔고, 올해 3월말 촬영을 마쳤다. 하지만 쿠팡플레이 측은 4월21일 편집본 회의에서 작품에 대한 불만을 표했고 이후 "업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조치들을 하였다"는 게 이 감독의 주장이다.
이 감독은 "쿠팡플레이는 4월28일 ‘아카이빙 용도’라면서 편집 프로젝트 파일을 제작사와 감독에게 요구"하였고 "제작사와 감독이 응하지 않자 제작사에 계약 파기를 언급한 끝에 편집 프로젝트 파일을 받아갔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약 1개월 뒤인 6월7일, 이 감독은 쿠팡플레이로부터 재편집을 통보받았다.
이주영 감독은 "크레딧의 ‘감독’과 ‘각본’에서 이름을 빼달라고 요구했지만, 쿠팡플레이는 거절하였다"라면서, 그렇게 6부작으로 편집 공개된 작품을 두고 "제가 연출한 것과 같은 작품이라고 볼 수 없는 정도로 작품이 훼손됐다"라고 표현했다.
이 감독은 쿠팡플레이를 향해 "<안나>의 일방적인 편집에 대하여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감독뿐만 아니라 모든 스탭들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단독으로 편집한 현재 6부작 <안나>에서 감독 이름을 삭제하고, 빠른 시일 내 8부작 마스터 파일 그대로의 <안나>를 감독판으로 릴리즈"하라고 요구했다. 이 감독은 또한 쿠팡플레이를 향해 "일방적 편집을 하지 않을 것임을 공개적으로 천명할 것"을 요구했다.
쿠팡플레이 입장문 발표→이주영 감독 재반박
쿠팡플레이 측은 이 감독이 입장문을 발표한 다음날인 8월3일, 제작사의 동의를 얻어 <안나>를 편집했다고 밝혔다. 쿠팡플레이가 발표한 입장문에 따르면 “감독의 편집 방향은 당초 쿠팡플레이, 감독, 제작사(컨텐츠맵) 간에 상호 협의된 방향과 현저히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던 쿠팡플레이는 “수개월에 걸쳐 감독에게 구체적인 수정 요청을 전달하였으나, 감독은 수정을 거부하였다”. 쿠팡플레이는 “지난 7월8일 이미 공개한 것과 같이, 총 8부작의 <안나> 감독판은 8월 중 공개될 예정”이라며 “감독판은 영등위 심의가 완료되는 즉시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쿠팡플레이의 입장문에 이 감독이 요구한 공식적인 사과나 재발방지에 대한 약속은 없었다.
이주영 감독은 쿠팡플레이의 입장문이 나온 직후 재차 입장문을 발표하고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의 실행에 나설 예정”이라고 강경 대응했다. 이 감독의 두번째 입장문에 따르면, 쿠팡플레이가 수개월 간 감독에게 수정을 요구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이 감독은 “쿠팡플레이가 이주영 감독에게 편집에 관한 의견을 전달한 것은 4월 21일 편집본 회의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쿠팡플레이는 지난 수개월 간 구체적인 수정 요청을 언제 누구에게 어떻게 했는지 밝혀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주영 감독 측은 또한 쿠팡플레이가 제작사의 동의를 얻었다고 밝힌 내용에 대해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는 주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감독의 법률대리인은 “저작인격권은 저작물을 창작한 창작자에게 전속되는 권리이고, 저작물을 양도하더라도 함께 이전되지 않는다”라면서 “쿠팡플레이가 제작사와 어떠한 내용으로 계약을 하였더라도, 창작자인 이주영 감독의 동일성유지권과 성명표시권을 침해할 수 있는 근거가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안나>를 편집한 김정훈 편집감독도 페이스북을 통해 쿠팡플레이를 비판하는 글을 게시했다. 김정훈 편집감독은 “지난 6월 24일에 본 <안나>는 내가 감독과 밤을 지새우며 편집한 <안나>가 아니었다”라며 “우리가 만든 8부작이 6부작으로 짜깁기되어 세상에 나온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주영 감독님이 어려운 용기로 목소리를 낸 것에 같은 마음”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