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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해서 더 특별한 : ‘비상선언’ 배우 이병헌, 송강호

송강호이병헌이 <공동경비구역 JSA> 이후 22년 만에 <씨네21> 표지에 함께 등장했다(<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때는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 3종 개인 커버로 제작됐다.-편집자). 역설적이게도 항공 재난 영화 <비상선언>에서 두 배우는 거의 마주치지 않는다. 지상의 송강호가 비행기 테러를 막으려고 애쓰는 사이, 상공에서 생화학 테러의 대상자가 된 이병헌은 착륙을 시도한다.

흥미로운 것은 두 배우가 <비상선언>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오묘하게 상대를 닮아 있다는 점이다. 한국영화에서 송강호는 가장 보통의 얼굴로 원치 않는 사건에 휘말리며 당혹스러워한다. 많은 작품에서 그는 누군가의 아버지였고, 그의 행동을 추동하는 가장 강력한 인자는 부성애였다. 반면 <비상선언>의 인호는 테러범과 같은 비행기를 탄 아내를 구하기 위해 형사로서 더욱 분투하는 남자다. 모처럼 송강호를 가족애가 아닌 로맨스의 주체로 내세운 한재림 감독은 “<비상선언>에서 가장 로맨틱한 캐릭터”인 인호를 위해 <Love Me Tender>를 들으며 시나리오를 썼노라 고백했다. 대신 아버지의 자리는 그가 속한 장르에 멜로의 층위를 덧씌우는 기질을 타고난 이병헌이 채운다. 아토피를 앓는 딸 때문에 비행기 공포증마저 극복한 재혁은 자식을 지키기 위해 예민하게 감각하고 대범하게 결단한다. 때문에 <비상선언>은 로맨스와 부성애라는 가장 평범한 요소를 내세우고도 송강호와 이병헌의 절묘한 자리바꿈을 통해 통속성을 비튼다. 재난영화의 공식을 따르면서도 비켜가고, 온정의 인류애를 지향하면서도 논쟁적인 질문을 누락하지 않는 <비상선언>의 궤와도 맞닿은 캐스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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