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이 삭감된 임금의 원상 회복을 주장하며 파업을 시작한 지 두달이 다 되어간다. 하청노동자들은 대형 원유 운반선 안에서 농성 중이다. 유최안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배 밑바닥에 0.3평 철제 구조물을 용접하고 그 안에 자신을 가둔 지도 한달이 지났다.
2016년에 조선업에 불황이 왔다. 불황에 대응하기 위해 하청노동자 7만명이 해고되었다. 일자리를 지킨 노동자들도 임금이 30% 삭감되었다. 기간산업인 조선업을 유지하기 위해 수조원이 투입되었다. 개별 노동자들도 실직, 급여삭감, 중노동으로 고통을 분담했다. 그 결과, 대우조선해양은 수주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조선업은 수주한 다음 선박을 준공하고 인도한 다음에 그 성과가 경영실적에 반영되기 때문에 수주가 실적이 되기까지 적어도 1년 이상이 걸린다. 따라서 대우조선해양은 수주 실적으로는 이미 고비를 넘었다.
하청노동자들은 이 모든 변화를 거치는 6년간, 계속 삭감된 임금을 받았다. 20년 숙련공이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으며 일했다. 6년 동안 물가는 계속 올랐다. 일터의 환경이 개선되지도 숙련자에 대한 대우가 나아지지도 않았다. 모든 지표가 개선되는 동안 노동자들만이 계속해서 고통을 분담하고 있었다. 고통‘만’ 분담했다.
대부분의 파업이 그렇듯,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요구도 그다지 무리한 것이 아니다. 2006년 30% 삭감했던 급여를 다시 30% 인상해 달라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일각에서는 급여를 한번에 30% 인상하라는 것이 대단히 무리한 트집인 것처럼 말하지만, 일반인인 내 산수로는 30% 삭감했던 임금을 6년이 지나 30% 인상하는 것은,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인상이라기보다는 본전에도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정부가 추산한 이번 파업으로 인한 손실이 6천억원 정도라고 한다. 정말로 파업 손실이 6천억원이라면 어째서 원청이 이 갈등을 방치하는지, 정부는 강경대응이니 경찰력 투입이니 하며 추가 비용을 발생시키는지 더더욱 이해할 수 없다. 파업한 하청노동자들의 급여를 삭감 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비용이 얼마일지는 몰라도 분명 6천억원보다는 적을 것이다. 그렇다면 노동조합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이 훨씬 더 합리적인 결정이 아닌가? 괜히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불법파업을 처단’하려고 하면 파업의 장기화로 인한 손실에 공권력 투입과 이로 인한 갈등이라는 비용까지 추가로 들 텐데 어째서 명백히 더 비합리적이고 고비용인 선택을 하는가? 아니, 애당초 하청노동자들이 일터에 복귀하지 않으면 선박을 제대로 건조할 수 없는 것 아닌가? 하청노동자들의 노동은 필요하지만, 이렇게는 도저히 못 살겠다며 파업할 정도로 낮은 급여만 계속 주고 싶다는 말인가? 급여를 조금 더 주기도 숙련기술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기도 시민들의 노동3권을 보장하기도 싫지만, 그들이 일을 해야 비로소 만들어지는 선박은 여하튼 재깍 완공해 팔고 싶다는 욕심이 어떻게 문명사회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는가? 평생 많이 일하고 적게 받고 불만도 표현하지 말고 살라니, 하청노동자들이 노예인가?
고통을 분담하고 노동력을 제공했던 만큼 일한 값을 달라는 주장에 불법파업이라는 잘못된 꼬리표를 붙일 때가 아니다. 저 터무니없는 욕심에 기본권 탄압, 자본의 탐욕이라는 제대로 된 이름표를 붙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