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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회 씨네21 영화평론상] 우수상 당선자 김예솔비 인터뷰
이자연 사진 오계옥 2022-07-16

‘남아 있는 것’을 찾아서

“영화평론은 작품에 대한 사랑을 요구하는 것 같다. 이번 영화평론상은 내게도 그런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올해 <씨네21> 영화평론상 우수상을 수상한 김예솔비 당선자는 공모전을 준비하며 분투해온 시간을 이렇게 표현했다. 201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영화평론상에 당선된 그는 또다시 새로운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에게 영화를 향한 사랑은 다음 단계로 나아가도록 돕는 원동력이자 오랫동안 지녀온 자기만의 무기다. 영상 연출, 촬영, 평론….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그가 여러 경계를 종횡무진하며 어떤 이야기를 전하게 될지 기대된다.

- 25회 <씨네21> 영화평론상 공모에서도 최종심까지 올랐던 이력이 있다. 올해 우수상 수상이 더 특별하게 느껴질 것 같다.

= 지금도 얼떨떨하다. (웃음) 초여름의 연례행사처럼 몇년 동안 <씨네21> 영화평론상에 지원했다. 오랫동안 바라온 일이 현실로 이뤄지다니 믿기지 않는다. 최종심에 올랐을 땐 조금만 더 하면 될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에 아쉬움이 컸다. 그래도 계속 도전한 이유는 평론을 쓰며 즐거웠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글은 이전과 달리 내 생각을 더 자유롭게 드러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 이론비평에서 영화를 열고 닫는 공간적 접근으로 <퍼스트 카우> <스파이의 아내> <바쿠라우>를 엮어낸 게 인상적이다.

= 의문이 남는 영화를 나란히 두면 공통점이 보인다. 세 영화에서 눈에 띈 게 바로 창문과 풍경의 어긋남이었다. 평소 영화를 볼 때 사소한 부분에 신경 쓰는 편이라 지금까지 그게 나의 단점이라고 생각했다. 큰 숲을 아우르기보다 작고 미미한 것에 천착해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내가 느낀 인상과 생각을 퍼즐 맞추듯 연결짓는 과정은 무척 흥미로웠다. 감독이 의도적으로 하지 않은 것, 영화에 있어야 하는데 없는 것 등을 찾아내는 게 재미있다.

- 본명이 아닌 가명(윤전영)으로 지원한 이유가 있나.

= 사실 윤전영에 특정 의미가 있던 건 아니다. 내가 생각한 평론가의 진지한 이미지에 잘 어울리는 이름이랄까. (웃음) 앞으로는 본명인 김예솔비로 활동할 예정이다. 지금 영화평론 외에도 전시에 관한 글을 쓰거나 촬영을 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내가 하는 일들이 모두 김예솔비로 연결되길 바라는 마음에 그렇게 결정했다.

- 언제부터 영화비평에 흥미를 느꼈나.

= 학부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했다. 3학년 때 처음으로 문학평론 수업을 들었는데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랫동안 영상 동아리에서 다양한 형식의 영상을 접하고 웹드라마 촬영 스탭으로 활동한 경험 역시 자연스럽게 영화비평에 접목시킬 수 있었다. 평론은 작품에 대한 나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고, 문학적이진 않지만 그런 수사를 사용하는 데 자유롭다. 그 평형이 마음에 들었다.

- 영화비평뿐 아니라 제작에도 관심이 있어 보인다.

= 그렇다. 작품비평으로 선정한 <쁘띠 마망>은 내가 만들고 싶은 영화에 가장 가깝다. 판타지 요소가 흥미롭고 엄마와 딸이라는 보편적 정서로 전체 서사를 아우른다. 체험적 요소가 있는 영화를 좋아한다. 작품을 보며 압도적인 힘을 느끼거나, 지루해서 영화에 몰입하기 힘든 상황 등 적극적인 이해 과정에서 오는 신체적 반응을 체험이라 생각한다. 지금은 대학원에서 영화를 전공하며 졸업작품을 만들고 있다. 하루가 계속 반복되는 판타지적 설정의 40분짜리 단편영화다.

- 앞으로 어떤 글을 쓰고 싶은가.

= 영화에서 쉽게 언어화되지 않았지만, 선명한 인상과 의미를 주는 것들을 포착하는 글을 쓰고 싶다. 내가 잘하는 것은 ‘남아 있는 것’이다. 무엇이든 그 곁을 떠나지 않는 걸 잘한다. 그 힘으로 계속 이곳에 남아서 소재를 찾아내는 사냥 감각으로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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