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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현 편집장] 영화평론상에 응모한 모든 이들에게
이주현 2022-07-08

<씨네21>의 연례행사인 영화평론상 심사를 마쳤다. 올해 총 72편의 원고가 접수됐으니 적어도 72명의 지원자는 두근대는 마음으로 1364호를 펼쳐보지 않을까. 최종심에 올라온 14명의 원고를 <씨네21> 김혜리 편집위원, 송형국 평론가, 김소희 평론가와 함께 검토했다. 최종심 회의날. 각자가 추린 명단을 공유해보니 4명이 만장일치로 거론한 이름은 없었다. 3명이 공통적으로 언급한 이름은 2명이었는데, 공교롭게도 이 2명이 모두 우수상을 수상한 것도 아니다. 영화평론상 심사평(63쪽)에도 썼듯이 심사위원들은 김예솔비, 소은성, 임장혁, 서정 4명의 글을 놓고 긴 시간 고심했다. 여기선 그외의 이름들도 언급하고 싶다.

최종심에서 심사위원들로부터 1번이라도 언급된 이름은 8명이다. 위의 4명을 제외하고 김신, 최연우, 이선인, 김주은이 그들이다. <씨네21> 영화평론상 본심에서 자주 눈에 띈 이름인 김신은 ‘뷰어의 이미지에서 유저의 이미지로: 방역의 리얼리즘과 민폐의 영화사에 대하여’라는 이론비평을 통해 팬데믹 시대의 영화에 대한 흥미로운 접근을 보여주었다. 다만 개념화와 범주화의 과정에 비약이 있어 독자를 끝까지 설득하는 데는 힘이 달렸다. 자기만의 개념화는 올해의 경향처럼 보였다. 감독론과 작가론이 줄어든 대신 여러 작품들을 연결시켜 특징적 패턴을 잡거나 자기만의 네이밍을 시도하는 비평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그린 나이트>와 <프리 가이>를 통해 ‘인류세 시네마의 탄생’이라는 이론비평을 보내온 최연우, 우주선이라는 공간에 집중해 ‘우주(Space)-선(Ship)에 대한 단상’을 쓴 이선인도 그런 경우다. 하지만 다들 자유로운 발상을 지탱하는 근거가 부족하거나 개념이 단단하지 못하다는 약점을 노출했다. 김주은은 흔치 않게 한국 독립영화 3편(<재춘언니> <휴가> <바람아 안개를 걷어가다오>)을 엮어 이론비평을 썼으나 연결이 썩 매끄럽지는 않았다. 덧붙여 이론비평과 작품비평의 편차가 커 무엇이 진짜 실력인지 헷갈리는 경우도 있었고, 교열자를 자처한 송형국 평론가가 심사 때 지적한 것처럼 퇴고하지 않은 원고(혹은 그렇게 보이는 원고)는 결코 좋은 인상을 남기기 어렵다는 점도 얘기하고 싶다.

어쩌다 보니 아쉬움만 늘어놓았는데 부디 이 피드백이 상처가 아닌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심사가 끝난 뒤 식사 자리에서, 비평지면 ‘프런트 라인’의 든든한 필자인 송형국, 김소희 평론가는 언제나 피드백에 목마르다고 말했다. 그러다 당장 프런트 라인 필자들의 메신저 단톡방이라도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서로가 서로의 믿음직하고 냉철한 독자가 되어 생산적인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게끔. 그래서 과연 이들은 단톡방을 만들었을까? 궁금했지만 확인해보진 않았다. 어쨌든 하고 싶은 얘기는, 글쓰기는 외로운 일이고 그 외로움을 알아주는 동료가 있다는 것은 기쁜 일이라는 것이다. 올해 영화평론상에 응모한 72명에게도 수고했다는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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