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가수 윤시내가 콘서트 당일 연기처럼 사라진다. 콘서트 오프닝 무대에 서기로 예정되었던 이미테이션 가수 연시내(오민애)는 아쉬움을 숨길 길이 없다. 줄곧 동경하던 윤시내와 같은 무대에 오를 기회가 불발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윤시내가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연시내의 가수 활동에도 비상등이 켜진다. ‘짝퉁 가수’란 원조 가수의 이미지에 의해 좌지우지되기 쉽고, 윤시내의 잠적 사건은 연시내의 무대를 앗아가기 충분하다. 하지만 연시내는 좌절하는 대신 윤시내를 찾기로 한다. 윤시내를 위해 담근 술을 직접 전하겠다는 핑계를 알리바이 삼아 짧은 로드 트립에 오른 것이다. 연시내처럼 윤시내의 이미테이션 가수로 활동 중인 준옥(노재원)과 연시내의 딸 장하다(이주영)가 연시내의 여정에 동행한다. 데면데면한 모녀 사이인 장하다와 연시내는 서로에 대한 오해로 자주 다투지만 이내 화해의 실마리를 찾아간다. 여느 로드 트립 서사가 그러하듯 <윤시내가 사라졌다>는 각기 다른 가치관을 지닌 인물들이 길 위에서 맞닥뜨린 우연한 경험을 통해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게 되는 순간을 포착한다. 김진화 감독은 재기발랄한 상상력을 동원해 경쾌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삶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를 담았다. 이미테이션 가수 연시내로 살아가는 순이와 ‘좋아요’ 수를 올릴 수 있다면 물불 가리지 않는 유튜버 장하다. 두 모녀는 일견 가짜의 삶을 사는 듯 보이지만, 영화는 어떠한 삶도 ‘가짜’ 혹은 ‘진짜’로 재단할 수 없다고 말한다. 타인을 흉내 내는 ‘짝퉁 가수’라 할지라도 무대에 설 때만큼은 자신의 목소리로 진심을 전달하기 마련이니 말이다. 폭발하는 갈등을 단숨에 유머로 바꿔놓는 주연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