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감각의 황홀경, 느껴봐!90년대 테크노 음악과 더불어 등장한 레이브 파티. 그 파티에서 레이버들을 광란의 엑스터시로 몰고가는 현란한 사운드에 곁들여지는 화면으로 레이브 영상은 태어났다. 레이브 파티에서 관객의 감정을 통치하는 제왕은 단연 사운드를 컨트롤하는 DJ였다. 영상을 컨트롤하는 VJ들은 사운드의 밀고 당김, 강약에 따라 현란한 영상으로 화답하는, DJ의 든든한 ‘서포터’일 뿐, 관객의 감정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직접적인 분위기 메이커는 아니었다.그 레이브 영상을 주인공으로 모셔온 행사가 열린다. 대안영상문화발전소 아이공에서 주최하는 대안영상제인 제21회 인디비디오 아카이브 ‘Visual Rave-테크노문화의 또다른 시선’이 그것. 6월1일과 2일 이틀 동안 홍대 앞 대안공간 루프갤러리에서 열리는 이 레이브영상제는 최종범, 김완수, 양영신 등 국내에 갓 뿌리내리고 있는 레이브영상계의 VJ작가 3명을 한자리에 초청, 각자가 보유하고 있는 영상소스에 현장의 분위기를 담은 영상 등 다양한 영상소스들을 즉석에서 믹싱해서 스크린에 투사하는 레이브 영상을 전시하고, 즐기는 영상축제다.세 작가의 개성이 각각이듯, 각자의 영상소스도 뚜렷하게 차별화된다. 2000년부터 VJ로 활동하고 있는 김완수 작가(VJ명 Planet7Grapix)는 <Planet7Grapix>라는 제목으로 자신이 현재까지 레이브 파티나 클럽에서 사용했던 다양한 영상들을 해체, 재구성할 예정. 자기소개란에 “작가가 아니라 사기꾼”이라고 꽤 도발적으로 소개한 의 양영신 작가(VJ명 VJ 영신)는 프랙탈과 비정형의 이미지를 선호한다. 현장의 느낌을 최대한 자유롭게 담아내려 하는 등 현장성과 즉흥성을 중시하고, 관객과의 교감도 중시, 관객이 레이브 영상을 좀더 가깝게 느낄 수 있는 방법도 “관객이 아닌 레이버가 되면 가능하다”고 답한다. 일본에서 영상작가로 활동하기도 했던 최종범 작가(VJ명 VJ57)는 <존재와 공간의 바란스 & sikaku>라는 제목의 작품을 선보인다.시각에 있어 영상을 보는 눈의 감각뿐 아니라 뇌 속의 잔상까지 함께 시각화한 작품. 실제로 그가 레이브 영상 작업을 할 때 가장 염두에 두는 부분은 빛이다. 관객에게 나만의 빛을 제공하고 싶다는 그는 실제로 행사 당일에 빛을 이용한 레이브 영상을 실험하기 위해 풍선이나 거울 등 다양한 소도구를 제안하기도 했다.이번 영상제를 받아들이는 개념도 세 사람이 일치하진 않는다. 김완수, 양영신 두 작가는 기존 클럽의 레이브 파티를 확장한 개념, 테크노 문화 안의 영상으로 받아들인다. 현장 분위기는 물론 음악도 현장성을 중시, 테크노 음악을 틀어주는 인터넷 방송을 현장에서 그대로 사용할 예정이다. 반면 최종범 작가는 레이브 파티보다는 갤러리 전시의 개념으로 파악한다. 그래서 음악도 현장에서 만들지 않고 직접 믹싱한 CD를 준비한다. 세 작가가 입을 모아 이야기하듯 레이브는 “DJ의 사운드와 조명과 사람들과 VJ의 영상이 하나의 세트인 패키지”이기 때문에, 레이브 영상이 홀로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이 영상제를 기획하고 준비한 아이공의 김연호 프로그래머는 “대안영상을 찾던 중, 레이브 파티에서 보여지는 영상들을 봤는데 비디오아트 느낌이 강했다. 더욱 놀라웠던 것은 그런 영상이 미리 만들어져 있는 게 아니라 현장에서 즉석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이었다. 얼마나 재밌고 신선한가. 그 레이브 영상을 주인공으로 소개하고 싶었다”는 기획의도를 밝혔다.아직은 레이브 문화 자체를 음악전문 케이블TV나 클럽 등을 통해 접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레이브 영상이라는 개념도 형식도 단어만큼 낯설다. 그러나 6월의 첫날, 홍대 앞에 가면 눈과 심장을 단숨에 사로잡을 레이브 영상의 세계로 빨려들어갈 수 있다(문의: 02-3141-1377, www.galleryloop.com).위정훈
제21회
인디비디오 아카이브 Visual Rave 리스트
6월1일
6월2일
6시30분
Planet7Graphix
2002 여름 VJ youngshin
8시
존재와 공간의
바란스 & sikaku
존재와 공간의
바란스 & sikaku
9시 30분
2002 여름 VJ youngshin
Planet7Graphix
[사진설명]세 작가의 스타일은 개성이 뚜렷하다. 김완수(첫번째)작가는 자신이 VJing했던 이미지들을 해체, 재조합하는 실험을 즐긴다(세번째). 양영신(두번째)작가는 프랙탈의 이미지를 선호하며 관객과의 교감을 대범하게 즐기는 스타일(네번째). 최종범 작가는 VJ영상이라는 일회성 영상을 갤러리에서 '전시'한다는 느낌으로 이번 영상제를 준비한다(맨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