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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 <헌트> 첫시사 첫반응
이주현 임수연 2022-05-20

제75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서 상영된 <헌트> 리뷰

배우 이정재가 감독, 각본, 주연까지 맡은 영화 <헌트>가 5월19일 자정 칸국제영화제에서 최초로 공개됐다. 제75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헌트>의 첫시사 첫반응을 전한다.

이주현

배우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 이 사실만으로도 <헌트>는 호기심이 생기는 영화다. <도둑들> <암살> <신세계> <관상>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등 흥행 영화 속 매력적인 캐릭터를 연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다가 최근엔 <오징어 게임>으로 세계가 주목하는 스타가 된 경력 30년차 배우. 그가 감독으로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의외로 묵직하다. 이정재의 출연작 중 나란히 놓고 비교하기 좋은 영화로는 <신세계>가 있을 것이고, <헌트>를 제작한 사나이픽쳐스의 이전 작품들, <공작>이나 <아수라> 같은 영화와도 성향 면에선 닮은 데가 있다. 그럼에도 <헌트>는 감독 이정재의 분명하고 대범한 목소리가 담긴 영화다.

이야기의 배경은 1983년. 박정희가 암살되었고, 정권을 잡은 신군부는 광주에서 민간인 학살을 자행했고, 이후 민주화에 대한 뜨거운 열망이 동시다발적으로 분출되던 시대다. 영화는 “독재자는 물러나라”라는 구호에 이어 시민들이 전두환의 사진을 화형식에 처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시대적·정치적 상황을 압축해 보여준다. 민주화의 불씨를 끄는 데 사력을 다하는 안기부에서 해외팀을 이끄는 박평호(이정재)와 국내팀을 이끄는 김정도(정우성)는 업무상 계속해서 부딪힌다. 한편 1급 기밀 정보가 밖으로 새어나가는 일이 반복되고 안기부 내부에 스파이가 있다는 정보가 나도는 상황에서 두 사람은 서로를 의심하고 경계하기 시작한다.

<헌트>는 ‘누가 간첩인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는 과정이 지루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박평호와 김정도에게 의심스러운 알리바이를 안겨준다. 첩보물로서 <헌트>는 자신의 정체가 발각될까 고통받는 당사자의 불안한 심리를 차분히 파고들기보다 인물의 행동과 그 동기에 초점을 맞춰 한눈 팔 틈 없이 빠른 호흡으로 사건을 전개해 나간다. 그 과정에서 이야기의 빈틈을 메우는 것도, 영화의 재미를 견인하는 것도 화끈한 총기 액션이다. 워싱턴, 도쿄, 서울, 방콕 등 다양한 영화적 공간을 활용한 총격전은 밀도나 규모 면에서 압도적이다.

<헌트>에서 이정재는 연출뿐 아니라 주연까지 맡았다. 두 주연배우 이정재와 정우성이 진지하게 이야기를 끌고 가는 사이사이, 황정민, 주지훈, 박성웅, 조우진, 김남길, 이성민 등이 특별출연해 즐거움을 안긴다. 칸국제영화제에서 첫공개된 <헌트>는 올 여름 국내에서 극장 개봉할 예정이다.

임수연

배우 이정재의 첫 연출작 <헌트>는 1983년 해외 순방 중인 대한민국 대통령이 암살당할 뻔했던 그 날에 얽힌 전말을 향해 간다. 한국인이라면 특정 사건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로그라인인데, 방문국부터 테러 방식까지 디테일에는 큰 차이가 있어 소재에 영감을 받은 정도로 연결고리를 찾으면 된다. 중요한 것은 1980년대 한국은 대통령을 노린 테러 사건이 벌어지고 사건 직후 검거한 용의자의 정체(당시엔 남파 간첩의 소행으로 결론을 내렸다.)를 둘러싸고 아직도 새로운 음모론이 제기될 만큼 정세는 어지럽고, 복잡한 역학관계가 얽혀있으며, 진실은 모호하게 은폐된 시대였다는 점이다.

이정재 감독은 1980년대 한국에서 존 르 카레의 소설에 나올 법한 스파이물의 가능성을 봤다. 기본적으로는 “중앙정보부에 잠입한 남파 공작원 동림은 누구인가”라는 미스테리를 추적하는 큰 줄기를 따라가면서, 중앙정보부 국내팀 김정도(정우성)과 박평호(이정재) 사이에 불거지는 심리전이 <헌트>의 긴장감을 추동한다. 서로의 정체를 의심하고 모함을 위해 선동과 정치 공략도 마다않는 알력 다툼은 한국 근현대사에서 늘 벌어졌던 일로서 설득력을 갖는다. 여기에 실제 벌어졌던 테러 사건의 존재는 대중영화로서 관객이 기대할 법한 대규모 액션 시퀀스가 등장할 법한 근거를 만든다.

일본, 태국 등 다수의 해외 장면을 모두 국내에서 자연스럽게 소화할 만큼 프로덕션의 노하우가 첫 감독 데뷔작에서 느껴지는 것 또한 인상적이다. 30여년 간 영화배우로서 현장을 경험한 이정재는 그가 200억대 규모의 상업영화 프로덕션을 운용할 만한 감독이자 제작자의 능력 또한 갖추고 있음을 증명한다. 다만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스토리라인과 새로운 정보값을 전달하는 방식이 아주 친절하지 않기 때문에 관객에 따라 호오가 갈릴 듯하며, 반복되는 고문 장면을 비롯한 일부 폭력 묘사는 종종 넘치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트>는 이정재 감독의 첫 영화가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섹션에 초청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대중이 원하는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는 블록버스터 영화의 역할을 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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