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평화를 원한다, 간절히<아프간 전쟁>페브리지오 라자레티/ 114분/ 아프간·이탈리아개막작. 한국과 달리 유럽에서는 9·11 훨씬 이전부터 아프간에 관심을 가져왔다. 이탈리아 사람인 이 영화의 감독은 1999년, 내전 이후의 아프간 상황을 알아보러 아프간에 들어갔는데, 그때 의사 한명이 그와 함께였다. 이 영화는 그 의사가 아프간에 세운 응급병원을 중심으로 하여, 아프간 민중의 처절한 실상을 여성문제나 정치현실 등 다양한 면면으로 담아낸다.<전쟁사진작가>크리스틴 프레이/ 96분/ 스위스
보편적인 언어로 전쟁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종군기자 스타일의 한 프리랜서 사진사의 스틸카메라에 특수 동영상 카메라를 장착해서 찍은 이 영화는, 사진작가의 숨결까지 담아낸다. 네덜란드 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처음 봤는데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이 영화는 특히 청소년에게 권하고 싶다. 단순히 피사체만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그것을 찍는 카메라작가의 자세와 세상을 해석하는 눈, 남의 고통을 자신의 대상으로 삼아야 하는 작가의 치열한 의식 같은 것이 깊이있게 그려져 있다.<뉴스 타임>아자 엘 하산/ 60분/ 팔레스타인감독은 자신들의 고향인 팔레스타인이 외부에는 분쟁지역으로만 비쳐지는 데 이의를 제기하고자 이 영화를 찍기 시작했다. 고향 팔레스타인을 잔잔한 일상의 공간으로 그려보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결국 그것에 실패하고 거리를 헤매는 아이 4명에게 카메라를 고정하게 된다.<나지 알 알리>카심 아비드/ 52분/ 영국팔레스타인의 카툰 저널리스트인 나지 알 알리에 관한 영화다. 나지 알 알리는 1987년에 암살로 추정되는 의문사를 당했다. 그는 왜 의문사당할 수밖에 없었나. 알리는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도 그의 카툰에서 신랄하게 비판했다. 양쪽을 비판하는 지식인의 삶은 죽음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것일까, 이 영화는 묻는다. 알리의 좋은 카툰도 감상할 수 있다.<붉은 대기>크리스 마르케/ 180분/ 프랑스한국에 종종 실험영화 감독으로 알려지곤 한 크리스 마르케는 사실 정치에 기반하여 장대한 영상에세이를 쓰는 영상에세이스트이다. 68혁명 당시 그는 영화인들을 조직해 정치운동을 하기도 했다. 이번에 상영하는 <붉은 대기>는 1977년에 만들어진 오리지널 <붉은 대기>를 마르케 자신이 공산권 붕괴 뒤 재편집한 버전이다. 좌파적 희망이 여전하고 좌파적 상상력 역시 충분하다. 특히나 몽타주를 사랑하는 분이라면 꼭 보길 권한다. <서던 컴포트>케이트 데이비스/ 90분/ 미국트랜스젠더에 관한 다큐다. 하리수는 우리 사회에서 예쁜 여성으로 받아들여진 것이지 성전환자로 받아들여진 게 아니다. 이 영화는 트랜스젠더가 겪는 세상의 질곡을 절절히 담아낸다. 우리 영화제의 작품들 중에는 보고 있으면 가슴 아픈 작품들이 많은데, 이 영화도 그중 하나다. <아티카의 유령들>브래드 리히텐슈타인/ 90분/ 미국이 영화는 재소자의 인권을 이야기한다. 뉴욕 근교 아티카라는 섬에 있는 감옥에서 1971년에 대규모 폭동이 있었다. 9분간 재소자들이 교도소를 검거했고 공권력이 투입되어 4일간 재소자뿐만 아니라 교도관도 많이 죽은 사건이었다. 오랫동안 묻혀져 있던 이 사건은 30주년이 되어 바깥 세상에 크게 알려졌다. 그 사건에서 살아남은 사람 중에 복역기간을 마치고 나온 사람들이 법적 투쟁을 시작한 것이다. 이 영화는 공개된 적 없는 그 당시의 참혹한 자료화면들과 현재의 법적 투쟁을 보여주면서 그때의 진실은 과연 무엇이었나를 고찰한다. 그리고 그 답은, 아티카의 폭동을, 단순한 처우개선요구 시위라기보다는 베트남 반전운동 등 당시 한창이던 사회변혁운동의 연장선상에 있는 반란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제6회 인권영화제 5월30일 개막, 국내.외 35편 무료 상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