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다시 자유롭게 갈 수 있게 되면, 많은 관광객이 뉴욕을 찾을 것이고 뉴욕 현대 미술관 모마(MoMA)를 방문할 것이다. 모마는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과 파블로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 같은 작품들을 소장한 미술관으로 유명하다. <그림들: 모마 미술관 도슨트북>은 ‘모마 미술관 도슨트북’이라는 부제에 어울리게, 실제로 작품을 보고 해설을 듣는 듯한 경험을 주고자 의도한 책이다. 그래서 그림이 걸린 미술관 풍경이 큼직한 사진으로 담겨 있다. 예를 들어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 <풀랑-창과 나>는 칼로가 원숭이 ‘풀랑-창’과 함께한 모습을 그린 자화상인데, 모마에는 이 작품이 거울과 나란히 걸려 있다. 칼로가 집안 곳곳에 거울을 둔 점을 고려한 배치다. 책에는 작품과 그 작품을 보는 관람객의 모습이 비친 거울까지 담은 큰 사진을 실어놓았다. 현장감을 최대한 살린 것이다. 만화를 캔버스에 옮기는 팝아트 작업으로 유명한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인테리어 위드 모바일>도 모마 미술관 1층 로비 풍경과 함께 사진으로 담겨 있다.
책을 읽다 보면, 미술관에서 겪을 일들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벽에 걸린 그림들을 하나씩 들여다보고 또 거리를 두고 지켜보며 감상하기, 관람객들이 웅성거리며 움직이는 소리를 배경으로 그림에 대한 생각을 차곡차곡 정리하며 전시장 이동하기. ‘미알못’(미술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게끔 쉽게 쓴 해설은 읽기 편하다. 물감을 떨어뜨리거나 튕기는 등 다양한 ‘드리핑’ 기법을 구사한 것으로 유명한 잭슨 폴록은 자신의 그림이 어린아이도 그릴 수 있는 작품, 우연성으로 진행되는 작품이라는 비판에 맞서 ‘물감의 점성과 흐름이나 중력의 작용 같은 요소들을 충분히 통제해서 완성하는 작품’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고 한다. 이런 설명과 작품 세부화를 보면, 폴록의 작품이 다르게 보인다. 언젠가 모마에 갈 마음으로 여행 준비를 한다면, 혹은 모마에 갈 수 없다 해도 그곳 그림에 대한 정보와 간접 경험을 얻고 싶은 독자라면 이 책을 찬찬히 훑어보면 좋을 것이다.
전설적 미술관의 탄생
“1929년 11월 7일, 당시 록펠러 소유였던 뉴욕 5번가의 헤크셔 빌딩 12층에 ‘세계 최초이자 가장 위대한 현대 미술관’이 문을 연다.”(34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