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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 <하버드 스퀘어>
김송희(자유기고가) 사진 최성열 2022-02-22

안드레 애치먼 지음 / 한정아 옮김 / 비채 펴냄

나와 정반대라 동경하지만, 또 그래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싶은 친구가 있다. 나도 저 애처럼 감정에 솔직할 수 있었으면, 능숙한 언변으로 좌중의 주목을 받을 수 있다면, 모두에게 사랑받으면서도 모두를 비판할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 마음에 안 드는 일이 있으면 정면에 대고 불평을 말할 수 있었으면…. 나는 그가 부러우면서도 한편 부끄럽기도 하다. 그는 경박하게 주변 여성들의 외모를 평가하고, 몇명과는 사귀었다가 차였으며 자신의 심술궂은 천박함을 과시적으로 드러낸다. 튀니지인이자 무슬림이면서 이방인이라는 자아를 당당히 드러내고, 끝없이 미국에 대한 증오를 떠들어대는 이 친구의 이름은 칼라지다.

칼라지와 깊은 관계를 맺던 시절, 나는 하버드에서 박사과정을 밟던 미래가 불안한 학생이었다. 시험에 두번이나 떨어졌고 박사 학위를 딸 수 있을지도 불확실했다. 이집트 출신의 유대인이라는 처지와 빈곤, 이곳에서 누구와 어떤 관계를 맺어도 결국은 이방인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감각은 나를 우울하게 만든다. <하버드 스퀘어>는 <그해, 여름 손님>(<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원작)의 안드레 애치먼의 신작 소설이다. <하버드 스퀘어> 역시 두명의 남자가 함께 보내는 늦은 여름의 열기를 그렸다. 하버드학생과 택시 기사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남자는 이방인이라는 공감대 덕분에 금방 친해진다. 이들은 카페 알제에서 매일 만나 작당 모의를 한다. 나는 그를 부러워하면서도 속으로는 하버드 학생이라는 내 영역을 침범할까봐 두렵다. 그런 속내를 스스로 혐오하면서도 칼라지가 자신을 간파하고 있단 것을 안다. <그해, 여름 손님>에서처럼 이 소설에도 복숭아가 등장한다. 여기서 천도복숭아는 복숭아나무 위에 자두나무를 접붙인 이방인의 존재를 은유한다. 1977년 미국에서 이방인으로 살며 서로에게 감응했던 두 남자는 한 시절을 같이 보낸다. 시간이 흘러 ‘나’가 칼라지를 추억할 때 그것은 어떤 상흔으로도 남지 않는다. 그저 가장 비열하고 계산적이었으며 더불어 좋았던 추억으로 남을 뿐이다. 누구에게나 나만의 칼라지가 있다. 내가 너고 네가 나처럼 느껴졌지만, 떼어내고도 싶었던 어느 친구.

본 수아레(좋은 저녁)

칼라지는 다른 재능도 갖고 있었다. 그는 얼굴을 잘 기억할 뿐만 아니라 마음을 읽을 수도 있었다. 자네 친구 A 있잖아, 못 믿을 인간이야. 또 다른 친구 B는 말이야. 자네를 되게 싫어해. 그런 이야기가 끝도 없었다. (중략) 영화 보면서 질질 짜는 사람들도 안 믿고. 그건 그들이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는 뜻이니까.(68~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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