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이라고 불리는 작품들을 접할 때, 우리는 자주 놀란다. 작품이 던지는 질문이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유효함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트릭이 하나 있는데, 그 질문들은 누구도 살아 있는 한 대답할 수 없는 것들이라는 사실이다. “우리는 왜 사는가?”와 같은 질문 말이다.
레프 톨스토이가 <참회록>을 쓰던 1880년 즈음은 그가 50살을 갓 넘겼을 때였다.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를 써 이미 큰 성공을 거두었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답할 수 없는 존재론적인 질문들이 그를 떠나지 않았다. <참회록>에 따르면 젊은 날 톨스토이는 자기 자신을 지적으로 완성하기 위해 생활에서 마주치는 모든 것을 배우고자 했다. 그 목적은 도덕적 완성이었지만, 그것은 곧 일반적인 완성에 대한 욕망으로, “즉 자신과 신 앞에서가 아니라 남들 앞에서 더 훌륭한 사람이 되려는 욕망으로 바뀌어버렸다. 남들 앞에서 더 훌륭한 사람이 되려는 욕망은 어느 순간 남들보다 더 힘 있는 사람이 되려는 욕망으로, 남들보다 더 명예가 있고, 더 지체 높고, 더 부유해지려는 욕망으로 바뀌어버렸다”. 훌륭하다고 일컬어지는 작품들을 여럿 쓴 소설가라는 사실이 그에게 안도감을 주지는 않았다. “최대한 많은 돈과 찬사, 바로 이것을 우리는 진심으로 원했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책을 쓰고 신문에 글을 싣는 것뿐이었다.” ‘나는 왜 살고, 왜 뭔가를 원하고, 왜 뭔가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그는 동서양의 성서와 전설, 신학을 연구했다. 자살을 하려고 마음먹기도 했다.
톨스토이는 이성에 기초한 지식의 오류를 자각하자 쓸모없는 지적 고찰이라는 미혹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썼다. “진리는 오직 생활에서만 얻어진다는 확신”을 얻고는 자신의 생활을 돌아보았다. “설명될 수 없는 모든 것에서 신앙의 의무가 아니라 이성의 필요성을 보기 위해 나는 깨닫고 싶다.” 꿈 이야기로 책이 끝난 뒤 톨스토이의 삶에 대해서는 책 말미의 ‘옮긴이의 말’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톨스토이 말년의 걸작 <부활>이 다르게 읽힐지도 모르겠다.
삶과 죽음과 진리
“우리는 삶에서 멀어질수록 진리에 가까워진다.” 죽음을 맞이하며 소크라테스가 말한다. “진리를 사랑하는 우리는 삶에서 무엇을 추구하는가? 그 목표는 육체로부터, 육체적 삶이 빚어내는 모든 악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그러니 죽음이 다가오는 것이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5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