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리아 에브너는 정치학자이자 반(反)극단주의 활동가다. 극단주의를 연구하는 그는 서로 다른 다섯개의 정체성을 택해 ‘최신 기술에 능한’ 10여개의 극단주의 집단에 합류해보았다. 그 결과가, 온라인상의 혐오 콘텐츠가 어떻게 오프라인의 정치를 좌우하거나 테러 모의로 이어지는지를 다룬 <한낮의 어둠: 극단주의는 어떻게 사람들을 사로잡는가>이다.
이 책에 따르면 ‘기술과 사회의 상호작용’은 급진적 변화의 원동력인 ‘젊고 분노해 있고 기술에 능숙한 사람들에게 호소하는 반(反)문화’로 이어지고 있다. 책머리에는 관련 용어 설명이 실렸는데 책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단어 중 하나인 ‘극우’는 “민족주의, 인종차별주의, 외국인 혐오, 반민족주의, 강력한 국가 옹호라는 다섯 가지 특징 중 최소 세개를 드러내는 집단과 개인”을 뜻한다.
<한낮의 어둠…>은 미국과 유럽에서 극우가 주도하는 혐오의 정치가 어떤 방식으로 확산되는지를 이야기하는데, 온오프라인 잠입 르포의 형태를 하고 있기 때문에 각 커뮤니티의 구성원들을 가까이서 살 펴볼 수 있게 한다. 커뮤니티마다 어떤 방식으로 사람을 모집하는지부터 어떻게 네트워킹하고 반대 입장의 타인을 공격하는지를 순차적으로 다룬 뒤, ‘2020년대를 위한 열 가지 방안’으로 마무리하는데, 이와 유사한 문제의식을 가진 책 대부분이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통령 당선과 같은 ‘지나간’ 사건을 다루었다면 <한낮의 어둠…>은 그 이후, 즉 10대나 청년 세대(저자 율리아 에브너는 1991년생이다)도 때로 재미를 위해, 때로 소속감을 갖기 위해 극단주의에 빠져든다는 점을 증명해 보인다. 21세기의 극우는 현대적 기술을 사용해 반현대적 목표를 추구한다. “높은 수준의 외로움과 중독, 집단주의는 신기술의 원인이자 결과다. 연결이 가상화되고 상호작용이 게임화되며 의사소통이 인공적으로 바뀌어갈수록 사람들의 외로움과 중독, 집단주의도 커진다.” 책의 말미에서는 온갖 종류의 극우가 전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주류화되며, 여성 혐오 범죄와 테러가 늘어날 것임을 짚는다. 이런 문제에 대해 ‘트롤을 트롤링’하거나 ‘해커를 해킹’하는 식의 해결책이 제시되는데, 궁극적으로는 온라인에서의 정체성과 신뢰, 우정에 대한 질문을 각자 스스로에게 던져보고 답을 찾고자 노력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는다. 그렇다. 해결은 어렵지만 악화는 가속한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