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을 하려면 어떤 형태의 절대적 진실이나 거짓에 신경을 써야 한다. 거짓은 진실의 반대항에 존재하니까. 그런데 “점점 진실이나 거짓 어느 쪽으로도 크게 신경 쓰지않는 사람들이 정치판을 장악해가고 있다. 이들이 신경 쓰는 것은 담론이다.” 가짜뉴스의 시대를 다룬 <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는 ‘개소리’를 이렇게 설명한다.그냥 자기주장을 말할 뿐 진실에 신경 쓰지 않는다. 개소리꾼은 거짓말쟁이와 달리 진실의 권위를 거부하지도, 이에 맞서지도 않는다. 신경 쓰지 않을 뿐이다. 자신에게 유리한 발언을 한다는 것이 개소리 제1법칙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의 원제는 탈진실을 뜻하는 ‘Post-Truth’다. 제임스 볼은 이 책을 2017년에 썼다. 이 시기는 2016년에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어 가짜뉴스의 최고 수혜자가 된 직후다. 미국에서는 에이미 추아의 <정치적부족주의>를 비롯해 이 상황에 대한 분석에 나섰다. 이런 책들은 대체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과 브렉시트를 설명하기 위해 가짜뉴스와 탈진실을 분석하는데, 읽다보면 거대한 정치 이벤트뿐 아니라 아무 말이 진실을 압도하는 상황에 처한 인터넷에서의 거의 모든 논란에 적용되는 내용임을 알 수 있다. 특히 정보유통이 인터넷 중심이 된 뒤 인쇄매체들이 겪는 경제적 어려움은 이 모든 상황을 급속히 악화시켰다. “어떤논란이든 과장 보도로 당파적인 독자들을 대거 끌어모아야 한다”라는 것. 이 모든 상황을 부채질하는 대중의 심리학이라면 바로 ‘진실에 무심한 태도’다.
이 책은 정치인, 언론인, 독자와 유권자의 입장에서 개소리에 맞설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는데, 독자와 유권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필터 버블(알고리즘에 따른 이용자 맞춤형정보에 둘러싸이는 현상)을 터뜨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SNS에서는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팔로해보거나, 정치 성향이 다른 매체의 기사를 보기를 권한다. 인터넷에서 감정적인 반응을 일으키게 하는 글을 봤다면 공유하기 전에 5초에서 10초라도 생각하는 습관을 갖는다. 내가 믿는 담론을 믿지 않는 담론만큼 의심해보고, 대략적인 통계를 알아두는 것 역시 도움이 된다. 간단히 말하면, 보이는 대로 믿어서는 안될뿐더러 확인하기 귀찮다는 마음과 싸워 이기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