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시네마>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유미리의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은 그를 유명하게 한 재일한국인 2세 가족을 다룬 (자전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일본 현대사와 노숙자, 3·11(동일본대지진)을 잇는다. 주인공은 도쿄 우에노 공원에서 지낸다. “JR 우에노역 공원 출구 개찰구를 나와 횡단보도 건너편 은행나무를 둘러싼 돌담에는 늘상 노숙자들이 앉아 있다.”
첫 장면에서 그는 우에노역 승강장에 서 있다. 열차가 들어오고, 안전선 뒤로 물러나라는 방송이 들리지만 그는 비켜서지 않고 열차 소리를 향해 뛰어든(것으로 보인)다. 그의 죽음에서 시작한 소설은 그가 역의 플랫폼에서 몸을 던지기까지의 삶을 돌아본다. 1933년생, 후쿠시마 출신. 여덟 형제자매의 첫째로 태어난 그는 1963년에 돈을 벌러 도쿄에 왔다. 일본의 경제 고도성장기에 야간열차를 타고 돈을 벌기 위해 혹은 집단취직으로 도호쿠 지방(일본 동북부 지방,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난 곳이다.-편집자)에서 상경한 젊은이들이 처음 밟는 도쿄 땅이 바로 우에노역이었다.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은 그로부터 50여년이 흘러 부모 형제가 죽고 돌아갈 집이 없어져 우에노 공원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노숙자를 주인공으로 삼았다. 화자는 나루히토 일본 전 천황과 같은 해 태어났고, 그의 아들 고이치는 (소설이 쓰인 2014년 기준으로) 황태자와 생일이 같았다. 얼굴을 몇번 보지도 못한 아들은 21살 때 자다가 세상을 떠났다. 화자가 태어나면서부터 지고 있던 가난과 가혹할 정도의 근면함을 소설이 돌아보는 동안, 그가 사망한 2006년 이후의 도호쿠 지방, 2011년 지진으로 인한 쓰나미에 휩쓸려 죽어가는 그의 손녀 모습이 겹쳐진다.
책 말미에는 3·11과 우에노 공원의 노숙자 이야기를 연결짓는 이야기가 어떻게 탄생했는지에 대한 작가의 간단한 설명이 덧붙었는데, 일본의 현대사와 천황의 존재, 3·11을 겪은 동북부 지역과 도쿄의 관계 등을 이해하면 더 풍성해지는 소설이기 때문이다. 평생 도쿄를 타향으로 여기고서도 죽는 그 순간까지 떠나지 못한 화자의 생애와 그의 가족을 둘러싼 죽음이 부유하는 상념이 되어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이라는 이야기가 되었다. 일본의 현재를 말하기 위해 그가 선택한 사람들, 역사의 순간들이 앞으로 어떤 궤적을 그리며 나아갈지 기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