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폴란드인들 사이에서 회자되던 농담이다. 체코 개가 폴란드 개에게 물었다. ‘너는 왜 체코슬로바키아로 가는 거니?’ 폴란드 개가 말했다. ‘배를 채우고 싶어서. 그런데 너는 왜 폴란드로 가는 거니?’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온 개가 대답했다. ‘난 짖고 싶어서.’ 표현의 자유는 가혹한 세상에서 잘 살아가려는 욕구와 그 가혹함에 맞서 저항하려는 욕구처럼 서로 상반되는 욕구를 충족시켜야 한다.” <검열관들-국가는 어떻게 출판을 통제해왔는가>에 실린 표현의 자유에 대한 우화다.
<고양이 대학살-프랑스 문화사 속의 다른 이야기들>의 로버트 단턴이 이번에는 검열의 역사에 대한 책을 썼다. 18세기 부르봉 왕조의 프랑스, 19세기 영국 통치하의 인도, 20세기 공산주의 동독에서 검열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는지를 탐구하는데, 계몽주의와 검열, 제국주의와 검열, 공산주의와 검열의 상관관계가 다루어진다. 부르봉 왕조의 프랑스에서 검열관들은 처음엔 이데올로기적 검열보다는 “무례하거나 부주의한 언급 때문에 기분이 상할 수 있는 유력 인사”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방식으로 일했다. 그리고 검열관들은 출판물을 억압하는 대신 출판이 이뤄지도록 돕기도 했다. 명예직 공무원과 같았던 그들의 일은 좋은 책을 인증하는 역할이었지만 계몽사상가들을 반대하는 이들이 <백과전서>의 판매 금지를 추진하기도 했다.
19세기 영국령 인도에서는 원칙적으로 출판의 자유가 있었지만, 정부가 위협받는다고 여길 때마다 혹독한 제재가 가해졌다. 1910년의 인도 출판법은 인쇄기를 소유한 자라면 “노골적이든 암시적이든 영국의 통치에 대한 적대감을 주입하려는 글”을 인쇄해 반감을 조장할 경우 이를 저지할 목적으로 인쇄기와 돈을 몰수하는 권한을 치안판사에게 부여했다. 공산주의 동독의 검열 사례에 대한 대목은 지금과 가까운 시기라 눈길을 끄는데, 국방, 저항운동, 반체제 종교 인사들이나 소비에트연방과 관련된 내용이 나오면 특별한 주의를 해야 했고, 미국에 대한 모든 것 역시 그랬다.
검열과 관련한 논란에서 표면상으로는 늘 적법한 절차를 밟는 듯 포장되곤 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영국령 인도에서 열린 재판의 결과는 처음부터 정해진 수순을 밟았지만 출판의 자유를 수호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정교한 형식을 취했다는 것이다. 이 책은 국가가 출판을 통제해온 역사를 다루지만, 과거사라고만 부를 수 없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다.
영국령 인도의 경우
영국인들이 대규모로 출판물을 압수하거나 관계자들을 감옥에 보낸 것은 아니었다. 대부분의 경우, 그들은 형식적 절차에 충실하고자 했다. 상식을 고수하려 했고, 모순을 타개하려 했다. 그중 가장 큰 모순은 바로 자유주의적 제국주의였다. 그것이 영국령 인도의 관료들이 최대한 형식에 매달리려 한 이유였다. 그렇게 해서 모순을 외면하고자 했던 것이다.(18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