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생이 온다> 이후로 꾸준히 출간되는 MZ세대에 대한 책과 기획 기사들은 저마다 세대론을 다르게 설파한다. 레트로 카페가 유행하니 MZ가 레트로를 좋아한다더니, 미래 컨셉의 아이돌이 성공하자 이제는 MZ가 SF를 좋아한단다. 1년 전에는 90년생이 아닌 전 세대가 그들을 분석했다면 지금은 당사자성이 대두되며 “요즘 애들이 말하는 요즘 애들 이야기”가 더 궁금해진 시대다.
나만 해도 여타 매체에 칼럼을 쓸 때마다 ‘MZ세대의 특성을 정리해달라’는 청탁을 여러 번 받았다. 그럴 때마다 갸우뚱하는 것이 “나는 MZ세대인가? 아닌가”인데, MZ세대의 탄생 기준 연도를 언론사마다 다르게 잡기 때문이다. “1981년~2001년생, MZ 평균 연봉은?”이라는 세대론 뉴스에는 이런 댓글이 달린다. “신화부터 에스파를 한 세대로 잡으면 어떡해요?” ‘요즘 애가 말하는 요즘 애들 이야기’를 표방하는 <자본주의 키즈의 반자본주의적 분투기> 역시 뭉툭한 세대 구분에 대한 고민과 피로도를 토로한다.
저자가 짚은 대로 언론에서 구획하는 요즘 애들의 특징은 사실 주류의 목소리만 반영된 것일 경우가 많다. 4년제 대학교를 졸업하고 온라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제 몫을 주장할 수 있는 지위를 획득한 자들의 목소리만이 반영된다는 것을 저자 역시 인지하며 글을 전개해나간다. 89년생, 일간지 기자, 지방 출신이며 현재 서울 거주, 페미니스트 여성, 반려묘와 살며 환경문제에 민감함. 저자를 둘러싼 특성 안에는 개인 고유의 것과 동시대에 성장한 사람들이 공유하는 특징이 무균질하게 엉켜 있다.
이 책은 그러한 경험 속에 코로나19라는 근접 이슈를 덧붙여 사회적 맥락을 읽어낸다. 코로나19 1년, 2021년 상반기에 일어난 미디어와 사회 이슈까지 망라하고 있어 시의적이다. 사실 이 책에 언급된 취향과 태도는 요즘 애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외부 자극에 의해 자신의 일과 집과 삶이 흔들리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없다. 누구나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형태로 원하는 삶을 꾸려나가”고 싶어 한다. 어느 세대를 이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나이 불문하고 공감할 만한 내용들이다.
앞으로 앞으로
우리의 삶은 더 나아질 수 있을까. 내 삶이 더 나아질 기회가 존재하기나 할까. 노동소득은 여러 해 전과 별반 다를 바 없는데, 마트에서 치솟은 물가를 체감할 때면 그런 생각이 더 커진다. 정규직으로 커리어를 시작해도 평생 직장이란 안정감은 사라진 지 오래지만, 이런 고민은 시간제, 프리랜서 등의 형태로 늘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친구들 앞에서는 꺼낼 수 없는 호사다.(10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