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스터>와 <디지몬>의 위세가 꺾인 지금, 국산 몬스터물 한편이 방영을 준비중이다. 오는 8월 KBS에서 방영 예정인 26부작 코믹 판타지 어드벤처 <채채퐁 김치퐁>은 제목에도 나와 있듯 ‘김치’를 소재로 하고 있다. 김치를 소재로 한 몬스터물이라니, 도대체 어떤 작품일까? 일단 설정과 캐릭터면에서는 <포켓몬스터>나 <디지몬>과 흡사하다. 주인공 소년이 몬스터를 소환해서 드림팀을 이루거나 몬스터가 진화하는 점 등. 그러나 단순히 아류라고 치부하기에는 작품 전체의 ‘김치’를 향한 내공이 만만치 않다.
이야기는 바야흐로 1천년 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환상과 현실이 공존하던 그무렵, 대마왕 아시크니스는 전세계를 죽음과 질병의 도가니로 몰아넣고자 했다. 이에 빛의 대마법사 하린은 김치 에너지를 무기로 대마왕을 봉인하고, 빛과 어둠의 전쟁은 막을 내린다. 그러나 대마왕의 다섯 가지 파워는 봉인되지 않고 다섯 대륙으로 숨어들었고, 그의 부활을 경계한 대마법사는 김치스탈과 채채퐁을 남긴다. 신비한 야채가 들어 있는 크리스털 볼인 ‘김치스탈’과 몬스터 김치퐁을 불러내는 에너지 용기 ‘채채퐁’은 중요한 열쇠로 작용하는데….
1천년 후, 싱싱랜드에 사는 소년 토치가 우연히 김치스탈과 채채퐁을 손에 넣으면서 본격적인 이야기는 시작된다. 소년의 목적은 마을을 돌로 만든 마장군을 추적하는 것. 김치스탈을 에너지원으로 채채퐁을 업그레이드하고, 김치퐁들을 소환해 드림팀을 구성한 토치는 과연 ‘건강한 지구’를 어떻게 되찾을까.
주주뱅크와 KBS가 공동 제작하는 <채채퐁 김치퐁>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김치퐁들이다. 채채퐁이 ‘채소란 채소는 모조리 퐁당’이란 의미라면, 김치퐁은 김치 몬스터의 한국어식 어감. 현재 공개된 김치퐁은 모두 다섯 종류. 김치에 들어가는 채소가 동물의 모습과 적절히 혼합된 모양새가 독특하다. 배추김치 바츄는 김치퐁들의 대장으로, 배추 모양의 꼬리를 지닌 강아지다. 물의 기운을 상징하는 바츄는 발효 파워를 통해 슈퍼 김치퐁으로 업그레이드한다. 무김치 무무의 모습은 물개 같기도 하고 무 같기도 하다. 업그레이드하면 전혀 다른, 강력한 이미지로 변신한다. 파김치 파롱은 또 어떤가. 이 귀여운 아기 도롱뇽의 꼬리는 파다. 깍두기 뚜기는 새와 깍두기 모양을, 고추김치 쵸쵸는 귀가 고추 모양이다. 김치퐁이 앞으로 더 등장할지 여부는 미지수지만, 또 다른 채소와 동물의 결합이 기대되는 것은 사실이다. 한편 악당 캐릭터인 마장군 닥터 폴루스와 고양이 나나는 긴장감과 코믹함을 동시에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언뜻 보기에는 전형적인 악당과 심복인데 과연 다른 면모가 있을지는 두고봐야겠다.
제작팀은 그 밖에도 여기저기에 독특한 요소를 집어넣었다. 먼저 만다라 문양의 마법진. 채채퐁과 김치퐁이 합체될 때 생기는 마법 오로라로, 김치퐁 저마다의 문양이 새겨졌다. 채채퐁 변신 과정도 재미있다. 빨간 물통 혹은 보온 도시락통처럼 생긴 이 마법 소환기는 어느 변신 로봇 부럽지 않게 3단계에 걸쳐 최종 변신을 한다. 머천다이징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TV 애니메이션이 캐릭터 중심으로 나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기존의 몬스터물과 비슷해 보여서 신선함은 떨어지지만, <채채퐁 김치퐁>이 펼칠 세계가 ‘답습’은 아닐 듯하다. 김일림/ 월간 <뉴타입> 기자 illim@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