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이드2>의 사운드트랙은 스코어에 비해 선곡된 음악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호러·스릴러 분야에서 명성이 높은 마르코 벨아미트리의 기분 나쁜 스코어도 관객의 기분을 영화 속으로 밀어떨어뜨리는 데 일조하지만, 역시 영화의 분위기를 받쳐주는 건 선곡된 노래들이다. 선곡이라기보다는 영화를 위해 새롭게 재편집되었거나 만들어진 노래들.
사운드트랙 프로듀서는 그 유명한 해피 월터즈이다. 그는 이미 <저지먼트 나이트>와 <스폰>에서 독특한 상상력의 프로듀싱으로 명성을 떨친 바 있다. 그의 상상력의 핵심은 ‘장르간의 결합’이다. <저지먼트…>에서는 강력한 스래시풍의 록과 힙합을, <스폰>에서는 일렉트로니카와 역시 강력한 록을 섞어서 나름의 경지를 만들었고, 이번 <블레이드2>에서는 일렉트로니카와 힙합을 섞었다. 해피 월터즈는 꼭 영화음악계의 돈 킹 같다. 이름만 들어도 팬들을 흥분시킬 만한 ‘큰손’들을 어찌도 그렇게 잘 불러낸다냐. 아니,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들을 어찌도 그렇게 잘 결합시킨다냐. 이번에도 마찬가지이다. 아이스 큐브가 폴 오켄폴드와 팀을 이루었고 팻 보이 슬림은 이브와 한 팀이다. 또 레드맨은 고릴라즈와 한 팀을 만들었다. 모스 데프가 매시브 어택과 한 팀을 이루다니! 그 밖에도 사이프레스 힐, 로니 사이즈, 버스타 라임, 버바 스팍스 등 정말 쟁쟁한 친구들이 여기 다 모였다. 물론 어떤 결합은 싱겁고 어떤 건 그냥 이름만 빌려준 느낌도 든다. 그러나 간혹 가다가 재미난 만남이 보인다. 아이스 큐브는 늙었어도 역시 짱이다. 리얼 갱스터만이 낼 수 있는 차가움이 힘으로 다가오는데, 폴 오켄폴드가 그 뒤에서 잘 논다.
이번 영화가 내게 알려주는 건 테크노가 한편으로는 쓰레기의 음악이라는 점이다. 벰파이어들은 빛이 없는 곳에서만 생존할 수 있다. 피를 빨아먹는다. 그리고 <하우스 오브 페인>(House of Pain)이라는 테크노 바에서 밤새 레이브를 즐긴다. 서구의 레이버들이 엑스터시를 즐기듯, 레이버 뱀파이어들은 곳곳에서 피를 빨며 즐기고 널브러진다. <블레이드2>에 등장하는 21세기형 뱀파이어의 생존방식이다. 테크노는 한편으로 샘플링된 쓰레기의 소리이기도 하다. 공장을 돌리는 반복적인 동력, 보일러를 가동시키는 끓는 물의 순환.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모든 것들은 반복적이고 집단적인 정크이다. 햄버거와 자동차와 알약과 일회용 접시와, 마지막으로 인간의 존재방식이 다 똑같다. 이 시대의 소리, 시궁창의 소리가 테크노이기도 하다. 도시의 잉여, 문명의 잉여로서의 젊은이들. 사회적 생산력 자체가 세상을 망하게 하는 중요한 위협임이 드러난 다음, 젊은이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 생산성의 도구가 되기를 거부함으로써만 살아 있음을 느낀다. 상황주의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그들은 일하지 않음으로써만 의미있게 살아 있다. 그래서 그들은, 스스로 사회의 쓰레기가 되고자 한다. 테크노는 거대 도시의 지하 시궁창에 모여 반항적인 됨됨이로서의 ‘쓰레기성’을 서로 확인하려는 젊은이들의 파티음악이다. 그 쓰레기성을 통해서만, 역설적으로 후기산업사회적 정체성이 확보된다. 그들은 쓰레기들의 선(禪)/알약을 통해 쓰레기성 속에서 깨달음의 경지에 이른다. 레이버들이 확인하는 것은, 나를 넘어서는 내가 있다, 혹은, 내가 없다이다.
성기완/ 대중음악평론가 creole@hite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