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Culture > 초이스 > 도서
www.세계의 만화
2001-03-17

웹으로 만나는 뫼비우스,위고 플랏 등 서구의 만화 작가들

좋은 만화에 목말라하는 만화광들에겐, 사실 일본만화의 몇몇 걸작들이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다는 사실 정도는 진정한 안타까움에 속하지 않는다.

그에 못지않은 엄청난 보물을 실은 배들이 아직 저 먼 바다에서 자신들의 항해를 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비일본 만화권의

작품들은 국내에 거의 소개되지 못했다. 지난해 프랑스만화를 중심으로 유럽만화의 걸작들이 하나둘 선을 보이긴 했지만, 아직 그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그래서 새로운 만화를 보고 싶어하는 간절한 마음은, 외로운 이 밤 인터넷의 바다를 헤매고 있다. 진정한 ‘작가’라 불릴

만한 위대한 서구 만화가들의 작품 조각조각이 그곳에 떠 있기 때문이다. 진품을 만나기 위해서는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러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 사이트들에서 그 ‘맛’이라도 함께 보자.

www.유럽: 판타지에서 에로티시즘까지

벨기에의 <땡땡>(tintin.com)이나 프랑스의 <아스테릭스>(asterix.tm.fr)와 같은 그 나라의 국민만화라고 불릴 만한 인기작들은

여러 언어로 된 공식사이트와 팬사이트들로 자신의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이들 사이트의 화려한 모습들을 보면, 그들이 얻고 있는 명성의 부피와

무게를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그리고 간혹 <아스테릭스>의 초기 발행인의 미망인이 그 권리를 되찾기 위해 싸우고 있는 것과 같은 흥미로운

사이트(asterix.clara.co.uk)들도 방문할 수 있다. 이 인기작들의 사이트들을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세계 만화사에 대한 공부는

충분히 될 것이다. 미국의 대중만화에 대한 대척점으로, 견고한 스토리와 화려한 그래픽으로 만화의 예술성을 드높인 유럽의 만화가들을 찾아보는

것은 더욱 흥미롭다. 스타덤 사이트(stardom.fr)는 장 지로(Jean Giraud)와 뫼비우스(Moebius)라는 두개의 필명으로

수십년간 화려한 작품활동을 해온 이 대가의 드넓은 세계를 약간이라도 맛보게 해준다. 화면에 떠오르는 프랑스어에 겁먹지 말고, 링크된 모든

것을 눌러보라. 그의 화려한 판타지 세계에 흠뻑 젖게 된다. 뫼비우스의 사이트는 이상하게도 주소가 자주 바뀌니, 늦기 전에 찾아가 볼 것.

국내에서의 명성은 뫼비우스에 못미치지만, 유럽 내에서의 지명도는 결코 뒤지지 않는 위고 플랏(Hugo Pratt)과 그가 만든 영원한 방랑의

정신 <코르토 말티스>(Corto Maltese)를 만나는 기쁨도 놓치지 말라. 그 숭배 페이지(home.c2i.net/tzara/corto/main.htm)의

이미지 코너에서 세계를 떠돌아다니는 아름다운 영혼을 만나라. 진짜 코스코폴리탄의 위대한 정신을 호흡하라. <마스터 키튼> 정도는 흥하고

코웃음치게 될지도 모른다. 이탈리아만화가 밀로 마나라가 영어권에서도 꽤나 인기가 높은 것은, 아무래도 미국인의 청교도 감수성을 쨍그랑 깨뜨려버리는

탐욕스러운 에로티시즘일 것이다. 미성년자여, 완고한 윤리주의자여, 행여 그의 공식사이트(milomanara.com)에 발을 들여놓지 말라.

정치적 은유도 예술적 풍자도 섞이지 않은 진짜 섹스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래도 얼굴이 너무 낯뜨겁다면, 이 만화가의

감각은 인정하더라도 그의 예술적 가치는 발견하지 못하겠다면, 그가 페데리코 펠레니의 영화세계를 환상적으로 재현한 ‘세일링 펠리니’(Sailing

Felini)를 들여다보라. 당장 당신 컴퓨터의 월페이퍼로 쓰고 싶을 것이다. 만약 진품을 보고 싶다면 이 작품이 걸려 있는 이탈리아 최대의

여객선 코스타 아틀란티카를 타보는 수밖에. 그 밖에도 수많은 유럽 만화가에 대해 호기심이 생긴다면, 람비엑 사이트(www.lambiek.net/home.htm)를

한번 방문해 보라. 람비엑은 암스테르담에 있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만화 고서점인데, 이곳의 중요한 자료들을 웹에 정리해 놓은 코믹클로페디아(Comiclopedia)

코너에서 유명 만화가들과 그 작품에 대한 소개를 받을 수 있다.

www.미국 : 실험이 그대를 흥분케 하리라

판타그라픽스닷컴(fantagraphics.com)은 미국 만화계에서 가장 작가주의적 색채가 강한 만화가들을 만날 수 있는 통로다. 판타그라픽스

출판사는 60∼70년대 언더그라운드 만화의 세례를 흠뻑 받은 이른바 얼터너티브 만화가들의 집합소다. 이곳 사이트에 진열되어 있는 출판목록들만

보아도 <엑스맨>과 <미키마우스>가 미국만화의 전부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유럽의 작가주의적 만화가가 훨씬 넓은 공간에서 자유로운 활동을

해온 반면, 미국 내의 진보적 만화가들은 상당한 정치적 성적 억압 속에서 제한된 활동을 해왔다. 그만큼 그 실험성과 공격성은 강력하다.

90년대 미국 만화계의 최대 성과라 할 수 있는 크리스 웨어의 지미 코리건 시리즈도 바로 이곳 출신이다. 이 젊은 천재의 다양하고 화려한

작품 경력을 보려면 그누스의 창고(quimby.gnus.org/warehouse)를 먼저 뒤져보라. 실험잡지 <로>(Raw)에서부터 <액킴

노벌티 라이브러리>(The ACME Novelty Library) 시리즈에 이르는 그의 작품 연대기를 들여다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작품이

과연 어떤 것인지 맛을 보려면, 핫 와이어드의 한 코너를 찾아가 보라(hotwired.lycos.com/serial/95/20/01/1.html).

그의 유명한 ‘지미 코리건’ 시리즈를 엿볼 수 있다. 그러나 단순한 페이지 넘겨보기 방식이어서, 진짜 책 전체가 고도의 그래픽 예술인 그

작품의 진면목을 보여주기엔 역부족이다. 크리스 웨어와 더불어 얼터너티브 코믹스계를 빛내고 있는 여러 만화가들도 만나보기 바란다. 귀여울

정도로 신경질적인 여성만화가 린다 배리(Lynda Barry)의 말리스 매거진(marlysmagazine.com)은 못생기고 힘없는 여자가

세상을 살아가기가 얼마나 힘든지 보여준다. 로버트 크럼을 비롯해 미국 언더그라운드 만화계의 공격적인 남성성도 이 여자 앞에선 찍소리를 내지

못할 듯. 시니컬의 대명사 MTV의 여주인공 <다리아>도 그녀에게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 <에이트 볼> <고스트 월드>의 대니얼 클로스(Daniel

Clowes)의 작품 역시 당신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하다. 심플넷의 한 팬사이트(tralfaz.simplenet.com/comics/clowes/clowes.html)가

그 진면목을 어느 정도 보여준다. 몽롱하면서도 예리하게 돌아가는 그의 펜 끝은 현대 미국인의 뇌수를 날카롭게 끄집어내 우리 눈앞에 늘어놓는다.

<고스트 월드>는 로버트 크럼의 다큐멘터리를 찍기도 했던 테리 즈위고프에 의해 영화화되었는데, 몹시도 만화스러운 그 공식사이트(www.mgm.com/ghostworld/)를

찾아가 보라.

즐거움을 멈출 수 없어!

웹의 세계에 가장 밀착하고 있는 만화가는 어쩌면 가장 정밀하게 출판만화의 미학을 파헤쳐나가는 만화가가 아닐까? 다름 아닌 <만화의 이해>(Understanding

Comics)의 스콧 매클라우드이다. 그는 자신의 사이트(scottmccloud.com)를 통해 웹 환경에서 어떻게 출판만화가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줄 수 있는지를 실험하고 있다. ‘생각을 멈출 수 없어’(I Can’t Stop Thinking!) 등 누르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여러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그의 대표작 <조트>(Zot)의 온라인판도 이곳에 링크되어 있다.

이명석/ 프로젝트 사탕발림 운영중 www.sugarspr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