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음악 사상 가장 인기있는 밴드 중 하나”(롤링스톤즈) 혹은 “공연에 있어서나 (특히) 스튜디오 녹음에 있어서나 가장 혁신적인 밴드 중 하나”(음악전문웹진 <올뮤직가이드>).
원하는 만큼의 실험을 하면서도 세상과 소통할 수 있길 바라는 게 창작을 하는 이들 다수의 소망이라면, 핑크 플로이드는 드물게 그 소망을 이룬 록밴드다. 얼핏 상반된 듯한 평가에서 드러나듯, 양날의 칼로 여겨지는 실험성과 대중성을 한손에 쥐었으니 말이다. 핑크 플로이드는 전위적이면서 입체적인 전자 사운드의 실험, 현대인의 의식세계를 파고드는 철학적인 몽상을 담은 프로그레시브록으로 록음악에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은 선구적인 밴드. <Dark Side of The Moon> <Wish You Were Here> 등 핑크 플로이드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음악적 지주 로저 워터스가, 오는 4월2일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내한공연을 갖는다. ‘In The Flesh 2002’란 제목이 붙은 이번 공연은, 지난 99년 10여년 만에 열린 미국투어의 연장선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은 솔로인 로저 워터스와 나머지 세 멤버의 핑크 플로이드로 나뉘었지만, 60년대 싸이키델릭의 토양에서 음악의 싹을 틔울 무렵 핑크 플로이드는 4인조 록밴드였다. 영국 캠브리지의 예술학교에서 만난 로저 워터스(베이스)와 릭 라이트(키보드), 닉 메이슨(드럼)이 친구인 시드 바렛을 기타리스트 겸 보컬로 끌어들인 것이 밴드의 시작. 미국의 블루스 뮤지션 핑크 앤더슨과 플로이드 카운슬의 이름을 따서 밴드명을 지은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런던의 언더그라운드 무대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EMI와 계약을 맺고, 시드 바렛이 주도한 <The Piper At The Gates of Dawn>로 데뷔한 67년만 해도 이들의 음악은 당시의 주된 흐름이던 싸이키델릭록의 변주에 가까웠다. 피드백과 전자음의 과도한 증폭 등 전위적인 사운드와 팝적인 선율의 불협화음은 낯선 실험으로 평단의 주목을 받았고, 이들의 이름을 기억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바렛이 마약중독 때문에 중도하차한 뒤, 핑크 플로이드의 음악적 중추는 작사, 작곡을 주도하는 로저 워터스와 새로운 기타리스트 데이비드 길모어로 대체된다. 지금까지 핑크 플로이드를 기억하게 하는 음악의 대부분은, 싸이키델릭과 오페라처럼 웅장하고 서사적인 사운드의 조합, 우주에 대한 사색을 담은 스페이스록으로 변모해온 70년대 이후의 실험이다. 불안하고 황폐한 현대인의 내면을 드러낸 73년작 <Dark…>는 빌보드에서도 1위를 기록하며 미국시장에서 핑크 플로이드를 수퍼스타로 만들었고, 700주 이상 차트 200위 안에 머무르는 신기록과 함께 20년간 2천5백만장이 팔리는 대성공을 거뒀다. 전작의 연장선상에서 몽환적이면서 서정성 짙은 선율이 유난히 귀에 감기는 75년작 <Wish…>, 그리고 대형 스타디움에서 공연해야 할 정도의 대중적 성공과 더불어 소통의 단절을 느끼는 록스타의 속내가 담긴 79년작 <The Wall> 등을 지나면서, 워터스와 나머지 멤버들 사이의 골은 깊어졌다.
83년 <Final Cut>을 끝으로 밴드와는 별개의 길을 걸어온 터라 전성기 라인업 그대로는 아니지만, 로저 워터스가 함께했던 핑크 플로이드의 음악들은 이번 공연에서 만날 수 있다. 2장짜리 라이브 음반으로 만들어져 최근 국내에도 발매된 <In The Flash>의 서울 공연에서는, 영화 <핑크 플로이드의 벽>으로도 유명한 <Another Brick In The Wall> <Shine On You Crazy Diamond> 등 핑크 플로이드의 대표곡들을 주축으로 워터스의 솔로곡, 미발표곡인 <Each Small Candle> 등 총 25곡이 연주된다. 황혜림 blauex@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