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학원 Q>
2002-02-28
업그레이드 된 <...김전일>
<소년 탐정 김전일>의 사토 후미야·아마기 세이마루 콤비가 새로운 추리만화 <탐정 학원 Q>를 들고 나타났다. 현재는 단행본 2권, 주인공 큐와 친구들이 `탐정학원 큐`의 입학 시험을 통과해 실전 과제에 들어가기 직전. 아직 이 작품의 정체를 밝혀내기엔 우리가 확보할 수 있는 자료와 힌트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 최고 인기 탐정물의 후속편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며 발빠른 분석에 들어가보기로 한다.<소년 탐정 김전일>은 소년 탐정물의 전형을 만들어내며 <슬램덩크> 이후 최고의 인기를 구가한 만화로 이름을 떨쳤다. 하지만 뒤이어 도전해온 여러 소년만화들과 비교해 몇 가지 약점을 지니고 있었다. 첫 번째, 거의 김전일 중심으로 편재된 캐릭터는 지나치게 단순했다. 다양한 개성의 인물군 속에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주인공을 찾아 감정을 이입하고자 하는 소년 독자들의 성향을 반영할 수 없었다. 두 번째, 개개 사건의 짜임새는 뛰어나지만 서로 독립된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독자들의 호흡을 끊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단행본 각권에서 해당 사건이 끊어지지 않아 `다음 권을 사볼 수밖에 없는` 판매 진작책이 되었을지는 몰라도 독자들에게는 불편함을 주었던 것이 사실이다. 세 번째, 같은 구조를 계속 이끌어가는 데 큰 한계점이 있었다. 거의 모든 사건은 애거사 크리스티가 확립한 장원 살인의 구조를 큰 틀로 끌어들이고 있다. 밀폐된 공간에 여러 사람들이 모여든다. 연쇄살인이 일어난다. 참석자는 모두 용의자다. 수수께끼는 꼬여가고 마지막에 김전일이 외친다. “범인은 바로 이 안에 있습니다.” 매우 매력적인 장치이지만 계속 반복되어서는 식상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새롭게 등장한 <탐정 학원 Q>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드래곤 볼> 이후에 다양한 날개를 펼치고 있는 인기 소년물의 전략을 상당부분 차용하고 있는 듯하다. 우선 주인공 큐의 구심점은 분명하다. 김전일에 비해 훨씬 귀엽고 어려 보이며, 어리숙한 듯 행동하지만 사실은 굉장한 능력의 소유자라는 것을 은연중에 보여준다. 염색한 닭벼슬 머리도 주인공의 캐릭터를 강하게 부각시킨다. 그리고 그 주변에 치밀한 설정에 따라서 만들어진 인물들이 배치된다. 뛰어난 직관력과 무술능력을 가진 명가의 후손 킨타로와 천재적인 게임 프로그래머이며 재벌 2세인 초등학생 카즈마는 고전/현대, 행동/정보의 분명한 대조를 보이는 조연 배치다.냉정한 분석파이며 확신이 들기 전까지는 생각을 말하지 않는 류는 항상 쾌활하며 모든 가능성을 쫓아가는 큐의 라이벌로 설정된 주연 배치다. 둘은 외모와 성격에서도 늘씬하고 차가운 모델파와 귀엽고 친근한 큐트보이파의 대조적 미소년 캐릭터로 존재한다. 그리고 그들 가운데에 여성 캐릭터 메구미가 들어선다. `순간 기억력`이라는 유용한 능력을 가졌지만, ‘알고보니 B컵 가슴’의 눈요기 여성 캐릭터로서의 역할이 좀더 분명해 보인다. 이들 5인조의 팀 플레이와, 류와 큐의 라이벌 관계가 초반부터 사건의 전개와 해결에 중요한 요소로 등장한다.시험을 통한 성장탐정`학원`이라는 설정은 또한 이 만화가 `시험을 통한 성장`이라는 계단식 승부구조의 유효한 한 형식에 기대고 있음을 알게 해준다. <고스트 바둑왕>의 바둑 학교와 <나루토>의 닌자 학교는 이미 이 형식의 유용성을 잘 증명해주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엔터테인먼트적인 유용성이지, 작품 자체의 질을 고양시키는 데 반드시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분명히 이러한 형식의 유행은 소년만화의 시스템에 점점 큰 영향력을 펼치고 있는 컴퓨터 게임의 구조와 연관이 있다. 게임에서처럼 이들 만화는 각 단계의 시작과 끝이 분명하고, 주인공과 그 적이 단계별로 업그레이드되어야만 한다. 일반적인 판타지 액션만화에서 적의 레벨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과장된 신체와 무기를 던져주면 되지만, 추리만화에서는 추리의 수준 자체가 높아져야 한다는 난점이 있다. 너무 같은 수준이 반복되면 <소년 탐정 김전일>의 형식적 순환 고리에 빠질 것이고, 갑자기 수준이 너무 높아지면 해볼 만한 추리 게임으로서의 매력이 사라진다.아무리`인기`라는 지상의 목표를 위해 게임과 만화가 함께 달린다고 하더라도, 만화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장점은 충분히 발휘되어야만 할 것이다. 그것은 두말할 것 없이 드라마로서의 매력이고, 두뇌 게임을 넘어서 삶의 비밀을 찾아내는 기쁨이다. 고전적 추리 문학의 여러 트릭들을 훌륭히 재현하면서도, 문학적 깊이는 거의 가져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 최근의 소년 추리만화들에 대한 가장 큰 불만일 것이다. 그림 작가 사토 후미야의 닫힌 선은 <탐정학원 Q>에 와서도 그림 표현력의 괄목할 만한 성장은 기대할 수 없게 한다. 좀더 매끈하고 예쁜 캐릭터로 만들어갈 뿐이다. 그렇다면 역시 열쇠는 스토리 작가인 아마기 세이마루에게 있지 않을까? 좀더 훌륭한 살인의 형식을 만들어가는 것만큼, 좀더 그 시체의 내면에 다가갈 수는 없는 것일까?이명석/프로젝트 사탕발림 운영중<사진설명><소년 탐정 김전일>의 사토 후미야, 아마기 세이마루 콤비가 내놓은 새로운 추리만화. 소년물의 전략을 상당부분 차용해,<소년 탐정...>보다 세련된 만화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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