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만화의 신, 데즈카 오사무의 최고 걸작 <불새>가 국내에 번역·출간된다. 수십년의 작품생활을 통해 일본만화의 원형을 마련했을 뿐만 아니라, 가장 방대한 영역에서 가장 다양한 세계를 그려낸 데즈카 오사무의 필생의 역작이다. 60년대 후반 극화의 선풍이 밀려오고 <가로>를 중심으로 한 예술만화의 영역이 개척되면서, 데즈카는 스스로 자기 작품의 한계를 깨닫게 된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간 그는 <COM>이라는 실험적인 만화잡지를 창간하고, 그뒤 오랫동안 <불새>를 통해 종교와 철학의 문제를 만화 속에서 풀어나가고자 했다. 비슷한 주제의 <붓다>가 실존 인물과 사건을 중심으로 엮어져 있다면, <불새>는 데즈카의 만화적 상상력을 극한으로 몰고가면서 실로 심오한 주제를 쉬운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다.
<고르고13> 국내 정식 발간 60년대 후반 등장해 <루팡 3세> 등과 함께 최고의 프로페셔널 만화의 자리를 다투어온 <고르고13>이 국내에 정식으로 출간되어 나오기 시작했다. 정체불명의 살인청부업자를 주인공으로 세계 각국의 정치와 암흑의 세계를 그리고 있는 이 만화는 일본 만화계에서 단행본 100권을 가장 먼저 넘긴 초장기 연재작으로도 유명하다. <고르고13>은 여러 면에서 남자들의 욕망을 자극하는 전형적인 남성만화로, 70년대 이후 각종의 기업만화나 여성편력 만화의 형성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만화가인 사이토 다카오는 국내 대본소 만화의 전형적인 형태인 프로덕션 체제를 일찍부터 구축한 만화가로, <고르고13> 역시 초장기작으로 이어지면서 프로덕션 체제의 구태의연함에 빠지고 마는 경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