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연주회를 좀체 가지 않는다. 서구보다 엄격한 분위기에 서구보다 천박한 시청문화가 합쳐 있는 까닭이다. 두 시간짜리 클래식 음악 생방송을 진행했지만 그때도, 방송에 출연해준 것에 대한 답례로 두번‘밖에’ 가지 않았다. 그런 내가 연말연시를 전후해서 두번‘이나’ 김수연 독주회를 간 것은 순전히 딴 일 때문이었다. 내가 만나야 할 사람이 하필 그곳에 있거나 그곳으로 가야 했던 것.
첫 공연은 별로였다. 음악 때문이 아니라 역시 공연장 분위기 때문이었다. 성공회 대성당을 가득 메운 1천여명의 청중 중 애들이 한 300명. 아이들이 떠들어서가 아니라, 그 정반대라서, 즉 너무 엄숙해서 나는 기분이 팍 상했다. 애들은 공연장에서 비비적대고 소란스러우니 애들 아닌가…. 모종의 극성스런 치맛바람을 난 감지했다. 자기 애는 다 신동인 줄 아는군. 그러니 클래식 교육 시킨답시고 어릴 때부터 팝송 못 듣게 하고 애들은 클래식에 흥미를 못 느끼고, 결국 대한민국 음대생들 태반이 연주 기교만 알 뿐 클래식도 팝송도 모른다는 소리가 나오지…. 그렇게 불쾌감이 비약하기도 했으니 음악이 귀에 들어올 리 없었다.
두 번째 공연은 아주 좋았다. 우선 애들이 없었고 신축한 금호미술관 공연장도 훌륭했다. 무엇보다 음악이 나를 놀라게 했는데, 이번에도, ‘9살의 나이에 독일 최연소 음악대학생이 되’고 곧이어 국제음악제에서 1등을 하고 또 해외 유명악단과 협연을 한 ‘신동’임을 확인시켜주어서가 아니다. 현재 14살인 그녀의 연주는 신동 이미지를 이미 극복한 기운이 완연하다. 아니 아주 오래 전부터 맨 처음부터 그랬을 것 같다. (바이올린의 장영주가 아니라) 첼리스트 장한나와 비교하고 싶을 정도로 그녀의 바이올린 연주에는 기교의 철학이 있고 지난함의 미학이 있다.
이탈리아와 더불어 음악의 종주국이라 할 독일의 음악학교 수업료는 월 5만∼6만원에 레슨비는 없다고 한다. 거의 모든 경비를 국가가 부담하고 학생은 근면-성실-창의력의 의무만 지는 것이다. 김수연의 연주는 그런 독일 음악교육의 정수를 음악으로 형상화한다. 이게 무슨 소린가? 고전음악의 본연이자 최고 경지는 연습곡(바흐, 베토벤, 브람스, 쇼팽, 쇼스타코비치로 이어지는)이고 김수연의 연주는 연습곡을 닮아가고 있다는 얘기다. 집안은 가난하지만 그녀 음악은 행복하다. 김정환/ 시인·소설가 maydapoe@thrun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