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인 히트작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의 음악은 존 윌리엄스가 맡았다. 정답? 정답. 이 영화는 할리우드의 ‘정답’을 보여준다. 이렇게 작성하고 이렇게 만들고 이렇게 이슈화하면 돈 번다. 재미? 물론 있다. 그 ‘정답’ 안에 재미의 항목이 있으므로. 재미 자신이 아니라 목록에서 기능하는 재미 말이다. 아이들은 그 재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어른들은 ‘목록’ 속에서 받아들인다. 아이들은 그 목록의 관습을 자기도 모르게 익히면서 어른이 된다. 그렇게 어른이 되면 목록 바깥의 것을 읽을 수 없거나, 최소한 그 목록 바깥의 것을 읽기 위해서는 따로 각성을 하거나 훈련을 하거나 감식안을 키워야 한다. 그렇게 하는 일을 ‘거리 두기’라고 한다.
존 윌리엄스는 그 ‘목록’에 가장 깊이 연루된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다. 음악적으로 그는 자유롭다. 그는 자유자재다. 달인. 그는 목록 안에서 자유롭다. 어떻게 해야 정답의 음악을 구성해내는지 보통 사람들은 골머리를 앓는다. 따질 것들이 많다. 시간적인 제약도 따른다. 또 순수음악을 하는 사람이면 생각할 필요가 없는, 화면이 몇초나 지속되느냐를 당연히 따져야 한다. 그 모든 것들이 음악적 자유를 제약한다. 그러나 그는 바로 ‘그 모든 것들’ 안에서 자유롭다.
그는 음악적으로 그 조건을 갖추고 있다. 첫째, 그는 오케스트레이션의 달인이다. 정식 음악교육을 받은 그는 수없는 반복작업을 통하여 이제 영화음악이 요구하는 오케스트레이션이 무엇인지를 완전히 몸으로 체득하고 하고 있다. 그 오케스트레이션은, 사실상은 답습과 베끼기의 경계선상에 놓여 있는 그것이다. 그러나 하도 달관의 경지로 그걸 하니 사람들이 혀를 내두른다. 둘째, 그는 천재적인 멜로디 작곡가이다. 가령 모차르트나 비틀스를 보자. 동요 같은 간단한 멜로디지만 그것이 귀에 쏙 들어오고 그것보다 더 신기한 일은 그게 신선하게 들린다는 것. 이런 식으로 멜로디를 잘 만드는 일은 약간은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그 방법을 말로 설명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존 윌리엄스 역시 그런 부류에 속하는 작곡가다. 언젠가도 한번 이야기했지만 1984년 LA 올림픽 팡파르의 멜로디를 들어보면 그가 얼마나 천재적인 멜로디 작곡가인지 잘 드러난다.
그러나 이런 것보다도 더 그를 자유롭게 하는 것은, 그가 이제 ‘자신의 목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의 음악은 여전히 통속적이고 장르친화적이며 구태의연하다. 한마디로 아직도 그의 음악은 19세기적이다. 그러나 영화가 요구하는 세밀한 문법들로 넘어가면 그는 그만의 것을 가지고 있다.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쓸데없이 임팩트를 가하지 않는 것이 핵심사항이다. 그는 ‘흐름’ 속에서 그것을 성취한다. 끊임없이 분절되는 스트링 배경이 그 흐름을 이루어놓는데, 그는 그 흐름의 일부를 사운드 엔지니어가 확대하거나 축소하도록 놔둔다. 그렇게 하면 영화와 붙는 것도 아니고 붙지 않는 것도 아닌, 그러나 분위기로 몰아가는 그 특유의 장르음악이 탄생한다. <해리 포터…>의 음악에서도 그는 이러한 특징을 잘 전시하고 있다. 영화를 본 뒤, O.S.T 음반을 따로 들어보면 그걸 느낄 수 있다. 영화 속에서는 그 일부가 잘리기도 하고 따로 강조되기도 한다. 그러나 O.S.T 음반은 마치 긴 하나의 랩소디처럼 들린다. 성기완/ 대중음악평론가 creole@hite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