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스스로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만화가 만화’의 컬트라고 할 수 있는 <울어라 펜>(코믹스 투데이 펴냄)이 국내에 정식 번역되어 나왔다. 만화가인 시마모토 가즈히코는 <레드 카드> <온천맨> 등의 작품이 국내에 번역되어 있지만, 정작 국내에 그를 널리 알리게 된 것은 애니메이션 <불꽃의 전학생>이다. 60, 70년대 열혈물을 노골적으로 패러디한 이 작품은 ‘타쿠자와 국철 펀치’ 등 황당무계한 상황과 설정으로 개그 만화팬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아왔다. <울어라 펜> 역시 이러한 코드를 그대로 가져와, 만화가 호노오 모유루의 삶을 광기로 가득 차게 만들고 있다. 사실 시마모토는 만화가로서 화법의 독창성은 전무하고, 그림체는 고리타분하지만 이러한 작풍이 만화가 만화를 그리기엔 제법 어울리는 모양새를 만들어낸다. ‘어시스턴트 히어로 탄생’, ‘원고 곁에는 검은 장미를’ 같은 에피소드 제목들에서부터 열혈 패러디만화의 냄새를 맡게 한다.
다무라 유미의 <시카고> 출간 <바사라>로 널리 알려진 다무라 유미의 <시카고>(시공사 펴냄)가 2권으로 완결되어 나왔다. 설정은 다소 전형적인 근미래 SF물로, 가까운 미래에 초대형 지진이 강습한 도쿄시의 한 지역에 파견된 구조반 리에와 우오즈미가 겪는 의문의 사건들을 그리고 있다. 기적적으로 살아난 두 사람은 또다른 일상으로 돌아가지만 그들 앞에 나타난 의문의 남자에 의해 다시 그 사건의 배후 속으로 빠져들어간다. 극적인 상황 설정과 더불어 캐릭터의 구성과 연기에 큰 재능을 보이는 다무라 유미의 솜씨가 여기에서도 잘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