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령의 음반은 누구에게나 쉽게 권할 수 있는 무난한 음악은 아니다. 음울하고, 묵직하고, 거칠고, 조금은 낯설기 십상이다. 생략이 많은 가사는 내밀한 몽상의 기록에 가까워 가벼운 공감을 유도하지 않고, 전위적인 질감의 배음 위에서 종종 불협화음이나 파열음으로 터지는 기타 사운드 역시 듣기 편안한 선율은 아니다. 하지만 조금은 허스키한 목소리로 읊조리고 내지르는 그의 몽상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이질적인 불편함의 정체가 솔직함이란 사실을 깨닫게 된다. 세상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 그래서 주류 대중음악의 어법에도 연연하지 않는, 길들여지지 않은 자신만의 소우주. “나를 용서해줘/ 너와 같지 않아서/ 하지만 알고 있니/ 난 그렇게 망가지진 않았어”라는 <우주>의 가사처럼, 그의 음악은 다수의 질서에 ‘망가지지 않은’ 사적인 몽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최근에 발매된 2집 <태양륜> 역시 그러한 사적인 몽상이, 매끈하게 깎이지 않은 소리가 여전히 매력적이다.
많은 이들에게 아직 낯선 얼굴이지만, 황보령은 이미 98년에 <귀가 세 개 달린 곤양이>로 첫선을 보인 바 있다. 중3 때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일찌감치 남들과 다르다는 이질감을 경험했다. 얼굴색도 다르고, 문화도 다른 뉴욕 땅에서 그는 ‘다름’을 고민하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외로운 여유를 얻기도 했다. 그리고 기타를 친구삼아 놀면서 음악으로,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조소를 전공하면서 미술로 자신을 담아내기 시작했다. 때로는 외로움에 대해서, 때로는 획일적인 틀에 순응하기 싫은 자유에 대해서, 때로는 버거운 삶과 사람, 자신이 살아가는 일상의 풍경과 꿈에 대해서.
1집이 록의 테두리 안에서 포크와 펑크, 테크노를 자유롭게 오가는 실험이었다면, 2집 <태양륜>은 그 실험의 범위가 좀더 넓어졌다. 어쿠스틱한 기타 선율에 실린 <오랜 시간>이나 <love song> 등 음유시 같은 포크풍은 물론, 얼터너티브 스타일의 <선악과>, 얼터너티브의 변주와 전위적인 전자음이 이질적으로 결합된 <우주>와 <공간이동>, 거친 외침과 하드록풍의 사운드로 전쟁의 상처를 노래한 <손목시계>, 몽환적인 <shine in the dark>, 기타가 아니라 신시사이저를 위주로 다양한 질감의 소리를 들려주는 <도무지>처럼 아방가르드 분위기까지 하나로 규정하기 어려운 음악의 색채를 담고 있다. 어어부 프로젝트의 베이시스트로 풍부한 소리의 질감을 고민해온 장영규씨가 프로듀서를 맡고, 12월에 결성된 ‘황보령밴드=smacksoft’가 가세한 것도 음악의 결을 풍성하게 하는 데 보탬이 됐다. ‘smack’(강하게 철썩 때리다)과 ‘soft’(부드럽게)의 이질적인 두 단어가 조합된 밴드의 이름처럼, 황보령의 음악은 세차고 격한 외침과 부드럽고 덤덤한 읊조림을 동시에 들려준다.
함축적인 사색을 담은 가사와 장르 구분이 모호한 실험이 좀 난해하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꿈을 꿀 때 법칙은 필요없다”는 <Flying So High>의 가사대로 자유로운 황보령의 음악은 매력적이다.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는 당당한 이질감, 어쩌면 누구나 마음 깊은 곳에 눌러둔 감성을 토해내는 진솔한 음표. 이건 낯설면서도 귀중한 실험이다.(Ssamzie 발매)
황혜림 blauex@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