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택은 독일에서 문학을 전공한 대학교수고 외모가 준수하지만 의외로 연극관이 과격하고, 또 그중 드물게 성실한 연출자다. 그가 고트프리드 벤 등의 독일 현대시 몇편을 들고 와서 손수 한줄 한줄 번역을 해주면서 뭔 일을 좀 같이 해보자고 했던 첫 대면 때 나는 그의 ‘순진한 성의’가 요즘 풍토에 너무나 신기한 거라서 속으로 유쾌하게 웃었었다.
아직도 제대로 파악을 한 것은 아니지만(그와 나는 세번 만났다) 그는 독일문화권 연극 중 특히 오스트리아 작가들의 실험극을 자주 무대에 올리는 모양인데 내가 알기로 그 분야는 이를테면 현대 연극의 ‘연옥’쯤 된다. 즉 실험극의 ‘스타 자리’는 베케트 등 실존-부조리연극 창시자들에게 내준 채 실험극은 전통을 지리하게, 어떻게 보면 무모할 정도로 20년 이상 이어가고 있는데 그 현상 자체가 시시포스의 과업처럼 보일 뿐 정작 베케트의 명성을 잇거나 극복하는 화제작이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하긴 베케트의 자살은 베케트 전통 자체의 자살을 뜻하는지도 모른다. ‘부조리극의 전통’이라는 말 자체가 언어도단인 것인지도.
어쨌거나 그 시시포스 현상은 임수택의 과격함과 성실성에 걸맞은 듯하다. 하여 그가 공동연출한 <쥐사냥>을 보러 참으로 오래간만에 동숭동 공연장 골목을 찾았다.
우선 열기가 대단했다. 객석은 거의 만원이었고 관객의 관심도도 수준이 높았다. 소재는 역시 ‘연옥’적. 젊은 남녀가 쓰레기장에서 데이트를 하다가 서로를 알기 위해 ‘문명의 껍데기’를 벗기기 시작, 나체로 되고 다시 쥐처럼 변한다. 그리고 섹스를 벌이고 짐승처럼 서로 킁킁 냄새를 맡고 그러다가 쥐사냥꾼의 총에 맞아 죽는다….
조명은 적절했고 등장 처리(오토바이)가 참신하고 또 예언적이었지만 무대장치는 완연 어설펐다. 쓰레기장이 아니라 거적때기장 비슷했달까. 연기는 처음에 무난했으나 ‘벗기기’가 고조됨에 따라 아슬아슬하게 ‘코미디’를 넘나들었다. 그렇지만 ‘벗기기’가 예술에서 ‘포르노’로 전락하는 것을 막을 만큼 비중있는 것이었다는 생각은 든다. 대사는, 물론 원전이 ‘사투리’를 구사하니 어려웠겠지만, 좀더 문학적으로 절묘할 수 없었을까? 경악과 천박의 합이 아니라 그 둘을 아우르는 어떤, 포스트모던풍으로?
어쨌거나 볼 만하다. 아룽구지 극장에서 11월18일까지 공연된다.
김정환/ 시인·소설가 maydapoe@thrun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