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남매를 잡아먹기 위해 분장까지 하는 집념의 사냥꾼.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겠다’는 농 아닌 농을 거는 익살스런 무뢰배. 전생의 모친에게 멧돼지를 잡아바치는 의로운 효자로서까지. 우리의 전래동화 속에서 호랑이만큼 다양한 캐릭터로 등장한 동물이 있을까? <호랭총각뎐>은 그런 설화 속 호랑이 중 가장 선한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21세기형 퓨전전래만화’다. 만화는 캐릭터뿐 아니라 내러티브 역시 전래동화의 그것을 차용한다. 주인공 ‘호랭총각’은 악한 마음이라곤 1g도 없는 가난한 나뭇꾼. 어느 날 나무를 베다 하나밖에 없는 도끼를 호수에 빠뜨리고, 소를 닮은 거대로봇 ‘우정가’를 타고 등장한 젊은 산신령은 그의 착한 마음에 감복해 뭐든지 벨 수 있는 광선검에 우정가까지 선물한다. 우정가와 광선검을 얻은 호랭총각은 가난한 마을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모험을 떠나게 되는데…. 보통 이런 유의 설정을 택한 만화들이 뻔하디뻔한 패러디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데 비해 <호랭총각뎐>은 좀 오버하자면, ‘퓨전전래만화’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고 찬사를 보낼만한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일회적인 패러디를 뛰어넘어 이야기 속에서 생명력을 가지는 개성있는 캐릭터들, 그런 캐릭터들을 시기적절하게 전래동화의 이야기구조에 버무려내는 재치, 그리고 무엇보다 뚝심있게 스토리를 진행하는 일관성은 이 만화를 여느 패러디만화와 차별성을 갖게 한다. ‘그 나물에 그 밥’이던 웹툰의 범람에 지친 독자라면 뚝배기처럼 오래 끓을 신인 ‘강호진’의 이름을 기억해두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