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피부를 가지고 싶어하는 흑인,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이 새 앨범 <Invincible>을 발표했다. <History>를 발매한 지 6년 만. 이 앨범은 모음 앨범이었고 정규 앨범으로는 <Dangerous> 이후 9년 만. 그런데 앨범 발매와 거의 동시에 아니, 그보다 약간 빠르게 그의 은퇴소식이 먼저 들려왔다. 이번 앨범을 발표하고 2002년 월드컵 기념 앨범에 참여하는 것을 끝으로 가수 생활을 그만둔다는 소식. 백반증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거나 43살인 그가 이젠 춤추기 힘겨워한다는 소문, 앞으로는 어린이를 위한 자선사업에만 전념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그러나 마이클 조던이 복귀한 것처럼 그 역시 앞으로 얼마든지 복귀할 수 있을 것 같으니 그 소문을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말자. 어쩌면 이번 은퇴 소식은 새 앨범에 더 주목해 달라는 상업적인 메시지일 수도 있다. 브라운 아이즈인가 하는 우리 가수들과 세계평화를 주제로 채팅을 한다더니, 그 와중에 우리나라 가수들의 수법을 배운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어쨌거나 새 앨범은 ‘정복 불가능한’이라는 야심찬 제목을 가지고 있다. 하긴 팝 월드에서 마이클 잭슨이 이루어놓은 성공을 따라잡기란 정말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미국판 작은별 가족 ‘잭슨 파이브’의 막내로 <Ben>을 부르던 때에 그는 열세살이었고 성인이 되어 발표한 첫 앨범이라고 하는 명반 <Off the Wall>을 발표할 때 막 약관을 넘어선 나이였다. 퀸시 존스의 천재적인 프로듀스 솜씨로 80년대 최고 성공작이 된 <Thriller>를 발표하던 때가 그의 인생의 정점이었다고 할 수 있는데, 그때 그는 스물네살이었다. 그뒤로도 꾸준히 앨범을 발표함으로써 일약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까지 들어간 그의 경력은 가히 ‘정복 불가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 앨범이 그렇게 야심찬 제목에 부응할 만큼 특별한 음악을 담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24살의 로드니 저킨스를 프로듀서로 영입하여 새 피를 수혈받았다고는 하나 첫곡 <Unbreakable>을 듣는 순간, 로드니 저킨스가 팝의 황제 앞에서 약간 쫄지는 않았나 싶은 느낌. 물론 그의 R&B가 시대에 뒤지는 것은 아니다. 여백을 꾹꾹 찌르는 기본 리듬을 밑으로 깔고 그 위로 더 잘게 분절된 리듬을 덧칠하는 최근 R&B의 첨단적인 리듬 구조를 잘 구사하고 있다. 정글이나 브레이크 비트 테크노 장르에서 영향받은 이런 리듬 구조를 힙합 권역에서 처음 제시한 친구들은 정글 브라더스, 그리고 90년대 이후 이를 더 세련되게 손보아 다시 내놓은 이는 누가 뭐래도 팀벌랜드다. 그러나 그게 벌써 수년 전 일이다. 그러니 이번 앨범의 기본 리듬은 <Billy Jean>에서의 놀랍도록 심플하면서도 그루브감이 살아 있는 신선함을 느끼게 해주지는 않는다. 내 귀에 여전히 신선하게 느껴지는 것은, 코러스의 명쾌함까지를 포함하여 마이클 잭슨의 목소리 자체이다. 나는 그의 톤을 ‘피터팬 톤’이라 부르고 싶다. 음역의 높고 낮음에 상관없이, 그 가녀린 떨림을 지닌 극도로 정확한 음정의 목소리는 마이클 잭슨 자체이다. 너무 어려서 커버린 그 상태로 멈추어 있는 소년의 슬프고도 순수한 목소리는 마흔이 넘었는데도 여전하다. 앨범에서 가장 멋진 곡은 첫 싱글로 커트된 <You Rock My World>를 꼽아야할 것 같다. 단순하게 반복되는 몇 층위의 리듬들이 서로 교묘하게 다른 자리를 찌르고 있고 그 위로 마이클 잭슨의 피터팬 톤이 날아다닌다(소니뮤직 발매).
성기완/ 대중음악평론가 creole@hite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