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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흑인음악의 종합선물세트
2001-10-18

아프로쿠반 올스타스 <A Toda Cuba le Guesta>(1997), <Distinto Diferente>(1999)

아프로쿠반 올스타스(Afro-cuban All Stars)란 상임 멤버들을 가진 밴드가 아니라 ‘느슨한 조직체’이고, 멤버는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과 중복되지만 훨씬 수가 많다. 멤버들 면면을 논하려면 한도 끝도 없으므로 루벤 곤살레스(Ruben Gonzalez)와 이브라임 페레르(Ibrahim Ferrer)도 참여했다는 사실만 확인해 두자. 이 말은 어느덧 ‘어느 정도의 흥행은 보장된다’는 뜻이 되었다. 물론 이 프로젝트를 추진한 인물이 후안 데 마르코스 곤살레스(Juan de Marcos Gonzalez)라는 사실은 꼭 알아두어야 할 점이다. 그는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의 실질적 조직자이기도 했지만, 다큐멘터리에서는 ‘별로 한 일도 없이 온갖 생색을 다 냈던’ 라이 쿠더(Ry Cooder)의 그늘에 가려버렸기 때문이다(참고로 그는 시에라 마에스트라(Sierra Maestra)라는 밴드 출신인데, 이들의 음악은 프랑스에서 제작된 영화 <살사>의 사운드트랙으로 삽입되어 있다. 영화는 라틴문화에 대한 스테레오타입을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음반을 평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국제적 ‘대박’이었던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과 비교하는 게 편리할 듯하다. 간단히 말해서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이 트랙별로 개별 아티스트를 전면에 내세웠다면, 이번 음반은 ‘밴드음악’의 특징을 더욱 강화하면서 ‘아프로쿠반’, 즉 쿠바 ‘흑인’음악의 고전들을 재해석하고 있다. 상대적인 이야기지만 독주보다는 합주를, 곡조보다는 사운드가 부각되고 있다. 아프로쿠반 음악의 상징물 같은 콩가를 비롯한 퍼커션의 그루브, 쿠바음악 특유의 허세가 강한 관악기의 리프와 솔로가 능란하게 전개되고, 피아노, 플루트, 류트(혹은 트레스)의 솔로도 종종 등장하여 맛깔스러운 연주를 들려준다(물론 루벤 곤살레스의 크로마틱 주법을 지루하게 느낄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물론 즉흥적이고 절묘한 프레이징의 보컬과 이에 화답하는 합창(이른바 ‘call-and response’)이 반복되는 보컬 섹션도 또 하나의 감상 포인트다. 부클릿에 트랙별로 적혀 있는 손(son), 단손(danzon), 구아히라(guajira: 쿠바의 ‘컨트리’음악), 구아구앙코(guaguanco: 룸바의 일종) 등 아프로쿠반 음악의 다양한 스타일을 감별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상은 두 음반의 공통점이지만 차이점도 있다. 간단히 말하면 2집인 <Distinto Diferente>가 1집에 비해 ‘댄스음악’의 성격이 더 강하다. 물론 몇몇 트랙은 재즈의 우아한 느낌을, 때로는 룸바의 토속적 느낌을 진하게 채색시키고 있지만 전체적 방향은 또렷하다. 이는 후안 데 마르코스 곤살레스의 프로젝트가 쿠바의 베테랑 뮤지션과 신진 뮤지션들을 결합시키려 했던 점과도 관련되는 점이다. 그렇지만 이 음반에서는 그의 ‘고민’도 엿보인다. ‘40년 만에 다시 듣는’ 쿠바음악은 눈물까지 자아낼 정도의 감동적 반응을 받았지만, 감동이 지속되기를 기대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반대로 팀바(timba)처럼 현재 쿠바에서 인기있는 댄스음악을 대폭 도입한 것도 위험부담이 있다. ‘월드 뮤직’ 청중의 취향은 우아하니까 말이다. 앨범 타이틀이 ‘구별되는, 다른’이면서도 전작보다 ‘조금만 다른’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고전적 텍스트를 현대적 컨텍스트에서 잘 해석했다”라고 평할 것인가, “‘감상용’도 ‘실전용’도 아닌 절충적 작품이 되었다”라고 평할 것인가는 고민스러운 문제다. 후자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이 음반이 뉴욕과 파리 등지에서 만들어지는 주류 살사보다 못한 음악이라고 오해받을 테니 말이다.

(World Circuit/Nonesuch)

신현준/ 음악애증가 http://homey.wo.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