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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이탈리아노(Cinema Italiano)
2001-09-27

관객의 영혼을 달구다

이탈리아사람들은 `다혈질`로 통한다. 정열적인 지중해의 햇빛 속에서 살아서 그런가. 그들의 음악 역시 그렇다. 루치아노 파바로티나 엔리코 카루소 같은 불세출의 테너들이 지닌 목소리는 `빨간색`이다. 트럼펫과 비슷한 느낌. 이들을 연상하지 않더라도 이탈리아의 음악은 뜨거운 온도를 지니고 있다. 누구의 방해도 받고 싶어하지 않는 고독한 산책자 브람스가 음울한 독일 빵에 사는 동안, 이탈리아에는 화려한 무대에서 드라마틱한 표정으로 사랑과 죽음을 노래하는 가수들을 위해 불멸의 아리아를 작곡하는 로시니가 살았다.이탈리아사람들은 그 음악을 사랑한다. 이러한 이탈리아의 위대한 19세기 오페라의 전통은 오늘날 이탈리아 영화음악 속에 면면히 살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옛날 오페라 부파 시절에서 현대 영화음악에 이르기까지, 이탈리아사람들은 드라마와 음악이 어떻게 맺어질 수 있는지에 관해 훌륭한 사례들을 보여주고 있다. 정열적이고도 서정적인 방식으로, 거의 직접적으로 관객의 영혼에 호소하는 음악들을 통해 영화음악의 가능성들을 넓혀온 엔니오 모리코네, 니노 로타 같은 현대 영화음악의 거장들은 위대한 이탈리아 오페라 작곡가들의 전통을 이어받은 후예들이다. 이번에 나온 <시네마 이타리아노>(Cinema Italiano)라는 모음 앨범은 이탈리아 영화음악의 대표곡들을 나름대로 재미나게 편집하여 모음 앨범, 이 앨범에서도 이탈리아 영화음악이 서정적인 선율과 드라마틱한 감수성을 주요 특색으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앨범을 기획한 사람은 플루트 주자 안드레아 그리미넬리이다. 그는 루치오 달라, 루치아노 파바로티 등의 이탈리아 음악가뿐 아니라 스팅, 데보라 해리 같은 무게있는 팝 뮤지션을 초빙하여 이탈리아 영화음악 명작선을 호화롭게 꾸미고 있다. 앨범의 첫곡은 스팅이 부른 <시실리 마피아>의 테마음악, 이 텔레비전 시리즈의 음악은 엔니오 모리코네의 솜씨다. 얼핏 여성적인 노래일 수도 있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의 테마를 파바로티의 우렁찬 목소리로 듣는 것도 색다른 풍취가 있다. 뉴욕의 펑크밴드 출신인 밴드 '블론디'에서 말괄량이 목소리를 들려주던 데보라 해리는 페데리코 펠리니의 <나는 기억한다>의 메인 테마를 부르고 있다. 다소 의외이긴 하지만 데보라 해리는 재즈풍으로 편곡된 노래를 잘 소화하고 있다. 그리고 플루티스트 안드레아 그리미넬리가 직접 나선 <석양의 무법자>의 테마, 트윙, 트윙, 하는 기타 선율을 플루트가 대신하고 있다. 그리미넬리는 엔니오 모리코네가 지은 이 음산한 분위기의 테마곡을 제트로 툴의 이안 앤더슨의 분위기로 혀를 차며 휘파람 불듯 부는 플루트를 통해 소화해내고 있다. 그 밖에도 <지중해> <일 포스티노> <길> 등 대표적인 이탈리아영화의 테마들을 접할 수 있다. 물론 이것으로 그 음악이 가진 힘을 다 파악하긴 힘들 것이다. 그 힘을 느끼려면 영화를 보고, 직접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을 들어야 한다. 그리로 가는 안내자라 여기고 들으면 무난한 앨범이다.성기완/대중음악평론가 creole@hite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