뮈오는 섹스를 머리로만 알고 있다. 프랑스에서 정신분석을 배운 그는 프로이트와 라캉에 대해서라면 몇 시간이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순결하기 그지없는 그의 몸은 여자를 모른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꿈속에서 남근의 상징물이 어떤 것인지는 알고 있지만 뮈오는 숫총각이다. 지독한 근시, 못생긴 얼굴. <D의 콤플렉스>는 딱할 정도로 강렬한 기사도 정신에 휩싸인 뮈오의 이야기이다.
마흔살 뮈오는 11년 만에 프랑스에서 중국으로 귀국했다. 스무살 때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을 접하고 열렬한 숭배에 빠진 그는 파리에서 정신분석학을 공부하고 ‘프로이트 뮈오’라는 별명을 얻는다. 중국 최초의 정신분석가 뮈오가 다시 찾은 중국은 그에게 전혀 호의적이지 않다. 기차를 타고 여행하던 그는 아가씨의 발인 줄 알고 빗자루의 손잡이를 어루만지다 흥분해 슈트케이스를 잃어버린다. 이야기는 현재와 가까운 과거, 그리고 뮈오의 내밀한 생각을 오가며 뮈오가 고행에 가까운 여정을 계속하는 이유를 들려준다. 그의 첫사랑 후찬은 중국 경찰의 고문장면을 몰래 찍어 유럽 언론에 판 죄로 청두의 교도소에 갇혀 있다. 돈키호테처럼 후찬을 구해야겠다는 일념에 사로잡힌 뮈오는 사악한 판사 디에게 뇌물을 먹이려고 하지만, 디 판사가 돈보다 더 좋아하는 게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바로 숫처녀와의 하룻밤. 뮈오는 숫처녀를 찾기 위해, 순회 정신분석가가 되어 자전거를 타고 작은 마을들을 돌아다닌다. 정신분석가도, 프로이트도 모르는 사람들은 그를 꿈 해몽가 정도로 여기고, 뮈오는 정신병자로 몰렸다 살인용의자로 몰렸다 하면서도 숫처녀를 찾는 모험을 계속한다.
꿈의 해설가 뮈오가 자전거를 끌고 순회 정신분석을 다니면서 듣게 되는 수많은 꿈 이야기들은 현대 중국 인민의 현실과 무의식을 드러내 보여준다. 뮈오는 꿈의 장소인 젊은 아가씨들의 나라, 즉 파출부 소개소에서 아가씨들의 꿈을 분석해주는데 그들의 꿈에는 다리미가 자주 나타난다. “이것은 당신이 당신의 처지가 바뀌기를 원한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프로이트에 치중한 그의 분석은 편협할 때가 더 많다. 물고기를 낚는 꿈을 꾼 오십대 부인에게 “작은 물고기는 남자의 정자를, 큰 물고기는 어린아이를, 낚싯대는 발기한 남근을 의미한다”는 식의 분석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뮈오가 프로이트에 경도된 이유는, 그 스스로 억제하다 못해 가끔은 저도 모르게 출구를 찾아버리는 리비도, 오로지 그것 때문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D의 콤플렉스>는 때로 뮈오의 무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듯 한 문장으로 상상 속의 세계, 기억 속의 세계를 헤집고 다니기도 한다. <D의 콤플렉스>를 쓴 다이 시지에는 문화대혁명 기간 중에 시골로 하방당한 두 중산층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 소녀>로 한국에 먼저 알려졌다. 몰래 읽은 발자크로 인해 세상에 눈을 뜨는 청춘남녀 이야기를 유머러스하게 그렸지만 근현대 중국을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선도 놓치지 않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