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란 눈의 작은 곰이 입에 돈을 물고 있다. 작은 곰은 여고생에게 앙탈을 부리며 옷을 벗은 모습을 보여달라고 한다. 상반신을 벗은 모습까지 2만엔. “자는 건… 절대 안 돼!” 소녀의 말에 곰은 눈물을 흘리며 입에 문 돈을 흔들어댄다. 소녀는 앙증맞은 곰이 너무 귀여워 끝까지 거절하지 못한다. 이 상황의 배경은 이렇다. 서기 2050년경, 일본의 의료 기술은 눈부신 진보를 거듭, 귀여운 동물에게 자신의 뇌를 이식하는 것이 유행하게 됐다. 여성을 꼬시는 가장 쉬운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도시는 헌팅을 목적으로 하는 귀여운 동물들로 넘쳐나게 되었다.
<최강여고생 마이>는 기발한 상상력과 대담한 이야기 전개를 보여주는 단편만화집이다. 99편의 단편만화들 중에는 이야기가 이어지는 것도 있고 독립된 것도 있지만, 대부분이 여고생을 대상으로 한 성적 상상력을 자유롭게 풀어놓은 것들이다. 만화에 등장하는 아줌마가 대충대충 그은 선으로 적당하게 그려버린 느낌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세계의 창조주(만화가)는 분명히 롤리타이기 때문”이라는 게 <최강여고생 마이>식 사고방식이다. 작가 후루야 우사마루는 고등학교 미술선생을 하며 만화를 그려오다 <π>를 연재하면서부터 전업 만화가가 된 인물로, 여고생을 중심으로 대중문화의 여러 요소들을 능숙하게 섞어냈다. 일본 대중문화에 대해 잘 모른다 해도 웃고 즐기는 데는 큰 무리가 없지만, 일본 드라마나 가수에 대해 알고 있다면 즐거움은 증폭된다. 배우 소리마치 다카시, 일본 형사드라마 <태양을 향해 짖어라>, 도쿄에 있는 백화점 파르코, 여성으로만 구성된 일본 극단 다카라즈카와 같은 다양한 일본 문화의 차용은, 각 페이지 아래의 역자주의 도움을 받으면 좀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한때 한국과 일본에서 뉴스거리가 되었던 휴대용 애완기계(?) 다마고치 이야기와 <은하철도 999>의 메텔과 철이가 등장하는가 하면, <미션 임파서블>을 패러디해 웃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여고생이 등장하는 성적 유머가 주를 이루지만, 가끔 따뜻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들도 등장한다. 한 남자가 독일제 최신형 카메라 레이카를 구입한다. 예쁜 소녀의 모습을 한 카메라 레이카(라이카의 영문 스펠링에서 L을 R로 바꾼 명명이다)는 남자가 연애를 시작하고 가족을 꾸리고 아이를 낳아 키운 뒤 그의 아내가 죽을 때까지 남자의 한평생을 함께한 카메라다. 그러다 남자가 세상을 떠나자, 남자의 자손들은 “카메라라면 1회용으로 충분하니까” 레이카를 중고상에 파는 게 어떻겠냐고 의논한다. 기계에도 마음이 있을까, 하는 질문은 오랫동안 애착을 가지고 카메라(비롯한 기계들)를 다루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울림을 갖는다. 엉뚱한 유머감각과 분방한 성적 상상력, 그리고 때로 애잔한 울림을 갖는 단편집, <최강여고생 마이>. 권말부록으로 앞에 등장했던 많은 인물들의 6년 뒤 모습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