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만화사에서 가장 작품성이 뛰어난 수작으로 인정받고 있는 두 만화가 복간되어 나왔다. 이번에 글논그림밭이 다시 내놓게 된 오세영의 <부자의 그림일기>와 이희재의 <간판스타>는 한국의 만화 독자라면 꼭 한번 보아야 할 중요한 작품들. 미술 월간지 <가나 아트>가 해방 이후의 ‘좋은 우리 만화’ 1위와 4위에 이들 작품을 선정할 만큼, 고전적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작품들이다. 오세영은 월북작가 단편선 등 리얼리즘에 입각해 한국 고유의 만화 미학을 발전시켜온 만화가인데, <부자의 그림일기>는 다소 현대적인 소재들을 다루면서 진득한 삶의 냄새를 풍기는 단편 모음집이다. 표제작인 ‘부자의 그림일기’는 가난한 소녀 부자가 직접 쓴 일기와 만화를 대비시키는 독특한 형식이 돋보인다. <간판스타>는 <악동이> <나의 오렌지 나무> 등으로 어린아이들의 진솔한 삶을 기록하던 이희재가 좀더 어른의 시선에서 우리 사회를 들여다보고 있는 리얼리즘 걸작 단편선이다.
<블랙 잭> <밀림의 왕자 레오> 정식 발간
한·일 양국에 뚜렷한 신작 만화의 경향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데즈카 오사무의 고전만화가 동아시아 만화사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다. 학산문화사가 발행하는 데즈카 오사무 시리즈의 첫 발행본은 2차대전 이후 일본 현대만화의 시대를 활짝 열었던 <우주소년 아톰> <밀림의 왕자 레오>와 70년대 후배 만화가들의 추격에 자극을 받아 만들게 된 <블랙 잭>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주 소년 아톰>은 인간과 대단히 유사한 감성을 지닌 소년 로봇 아톰이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은 뒤, 새롭게 인간사회에 적응하며 정의를 지켜나간다는 내용. <밀림의 왕자 레오>는 동물 사냥꾼에 의해 런던으로 잡혀가던 어머니의 품에서 태어난 아기 사자 레오가 인간과 동물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게 되는 이야기다. 앞의 작품들이 어린이를 중심으로 전 세대를 독자로 삼는다면, <블랙 잭>은 좀더 성인의 시선에서 세계의 정의와 인간의 존재 의미를 묻고 있다.